나는 U2를 좋아한다. 그런데 내가 U2를 발견했을 때 U2는 이미 정점을 지나고 있었다. 나는 그게 항상 아쉬웠고 같이 성숙해가며 같이 늙어갈 음악인을 찾고 싶었다. 그러다 어느날 BBC의 음악 프로그램인 쥴스 홀랜드 쇼를 보다가 벤자민 클레멘타인을 발견했다. 위에 걸어놓은 동영상이 바로 그 쇼의 그 장면이다. 당시는 아직 데뷰 앨범도 나오지 않아서 잘 기억해 두었다가 앨범을 샀다. 깔끔하게 잘 뽑은 앨범이라기보다는 마치 홈 레코딩한 것처럼 막,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만든 음악이었다. 근래 보기 드물게 영혼에 발길질을 해대는 노래들...

 

아래는 런던 서머셋 하우스에서의 공연 장면이다. 청중이 많이 들어올 수 없는 야외 무대였는데, 십여 명의 퀄리티 높은 현악단을 동원했다. 본전을 뽑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아닌 게 아니라 벤자민 클레멘타인이 음악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 표값을 얼마까지 감당할 수 있느냐... 등등으로 궁시렁대드라. 나는 그것을 벤자민 클레멘타인의 음악적 욕심으로 읽었다. 덕분에 벤자민은, 신디사이저로 대충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앨범에서 들려준 것 이상의 꽉찬 소리를 거기 모인 청중들에게 경험시킬 수 있었다. 절대 타협하지 말기를!

 

오프닝 뮤지션. 불행하게도 이름을 까먹었다. 한국의 이은미처럼 무대 위에서 자유롭고 편하게 움직이더라. (사진으로 알수 있듯이 나는 맨 앞 자리에 있었다.)

 

무대 전경. 뛰어난 현악 연주자들. 그리고 탁월한 드럼 연주자. 드럼 연주자는 연주할 때가 아니면 드럼 셋에 앉지 않고 주변을 서성였다. 클레멘타인이 연주자 이름을 소개할 때 마침 드러머는 자리에 없었고 클레멘타인은 "드러머가 지금 저 뒤에서 담배피고 있다..."고 이실직고를 하였다.

 

벤자민 클레멘타인. 위키피디아에 있는 소개글을 보면 재미있다. 어릴 때 프랑스로 건너가 노숙을 하기도 했다고. 스스로를 시인으로도 소개한다. 그리고 데뷰 앨범 첫 곡을 보면 "... no man can be a prophet in his own country..." 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하, 그의 음악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삶, 그의 삶이다.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는 음악을 만들기 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굳건하게 계속 음악으로 만들어 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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