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튼햄 재즈 페스티벌에 다녀 왔다. 커다란 공원에 커다란 천막을 몇 개 치고 그 안에서 공연을 하는 것이었다.

이렇다. 사람들이 엄청 많이 왔다. 하늘은 전적으로 영국적이다. 미국에서 온 뮤지션 하나가 영국 날씨에 대해 뻔한 조크를 날리더라. 나는 영국 날씨를 사랑한다.
저 혼잡한 틈에서 사 갖고 간 포도주와 올리브를 먹었다. 보안 요원이 돌아다니는데, 나같은 밀수꾼을 잡는 게 임무였나 보다. 우리 옆에서 대놓고 캔맥주를 까던 일행은 경고를 받았다. 결국 포도주 병 네 개 정도 압수해 가더라. 다행히 우리는 용의주도하게 포도주 병을 가방 속에 넣어두고 먹었다.

이런 춤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진에는 안나왔지만 앤 해서웨이 닮은, 정말 모두의 눈을 잡아끄는 매력적인 여자분이 있었는데, 우스운 것은 사람들이 이 분에게 춤을 쉬 청하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이 분은 춤을 추고 싶어하는데 파트너가 없어서 쉬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무료 공연장도 있다. 보통 공연을 여럿 예매하기 때문에 중간 빈 시간을, 먹고 마시며 놀거나 이 무료 공연을 즐기거나 한다. 무료 공연팀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꽤 괜찮은 팀 공연을 보다가 예매했던 공연에 늦은 적도 있었다.

무료 공연 팀 중 꽤 괜찮았던 팀. 그러면 사람들이 이렇게 집중한다. 솔로 파트들이 진행되면서, 나는 아 이 사람들이 왜 온 몸을 던지지 않지!!! 하며 좀 더 에너지를 뿜어줄 것을 요구했었다. 아직은 거기까지가 이 사람들의 실력이려니 싶다.

무료 공연 팀 중 엉망이었던 팀. 아무도 집중하지 않는다. 기타 소리를 들리지도 않고 베이스 연주자도 오지 않았다. 게다가 무슨 배짱인지 박수 부대도 대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박수 부대가 되어 주었다.

재즈 자메이카. 대편성이어서 지휘자도 있었다. 밥 머리의 곡을 주로 연주했던 것 같다. 코러스도 두 파트고, 내가 듣기에는 좀 산만했던 것 같다. 관객의 2/3는 백발의 노인들이었는데 기어코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 춤을 추게 하더라.

오마 소사 쿼텟. 각 멤버들이 어마어마한 테크닉을 선보였다. 아프로-쿠바 음악이라 하지만 내 귀에는 실험적인 현대 음악처럼 들렸다. 관중을 일으켜 세워 춤을 추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내가 다녀본 웬만한 영국 공연장의 이용자 대부분은 노인분들이다.
베카 스티븐스. 원래 공연장 내에서 사진 찍는 건 금지되어 있다. 그러므로 여기 올린 사진들은 다 부적절한 행위의 결과들이다. 그래도 모든 공연을 다 찍은 건 아니다. 그래서 베카 스트븐스의 사진은 없다. 예쁘게 생긴 백인 여자분이고, 포크 계열의 곡들을 주로 연주했다. 투명하고 청아한 목소리가, 우리가 주로 즐기고 있던, 아프리카, 캐러비안 음악들과 대비되었다.

크리스챤 소콧. 트럼펫과 색스폰이 경합하면서 압도적인 연주력을 보여 주었다. 우리가 본 공연 연주자들 가운데 가장 젊었고 그만큼 에너지도 넘치고 중간 중간 우스개도 많았다.

Mulatu Astatke. 이티오피아 재즈의 대부라고 하더라. 그런데 연주 악기는 실로폰에, (드럼도 아닌) 작은북이었다. 솔로를 할 때는 별로 복잡한 리듬을 연주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멤버들이 다 같이 일어나 환호를 하며 한없는 존경을 표하였다. 이 밴드는 소리의 마술사였다. 각 악기 파트를 종합해도 낼 수 없을 것 같은 소리를 내더라. 공연 끝나고 사인회를 한다고 했는데, 집에 올 길이 멀어서...
휴유증. 글쎄... 갔다오고 나니 음악에 대한 편견이 싹 사라지는 것 같았다. 설겆이 할 때 유튭이 추천해주는 것으로 러브송 모음같은 것도 그냥 듣게 된다. 올디스 송 모음을 듣다, 오리지널 곡이 아니라 이름도 없는 가수들이 부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도 그냥 듣게 된다. 예전 같으면 이런 것에 질색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