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국의 현충일 앞 일요일이다. 아마 commonwealth(우리가 영연방이라고 부르는 국가 연합체다. 그러나 '영연방'이라는 말이 너무 영국 중심적이므로 코먼웰스 등으로 불러 주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국가들에서 온 대표들이 영국 여왕을 중심으로 행사를 치르고 있을 것이다. (내가 오늘 아직 테레비젼을 켜지 않아서...) 나도 예전에 우연히 행사하는 곳 근처를 지난 적이 있었는데 가슴에 훈장을 주렁 주렁 단, 스코틀랜드 치마를 입은 할아버지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 분들의 얼굴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자부심이었다. (내가 주관적으로 그렇게 느낀 것이겠지. 즉, 그 분들에 대한 존경.)
영국의 왕세자 둘은 전부 군대를 다녀 왔다. 그리고 상이 병사들의 복지 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얼마 전 어떤 동네의 빈가 개량 사업에 이 왕세자들이 참여했다. 상이 병사들의 복지에 쓰려 한다는 것이다. 왕세자들이 직접 손일을 하는 것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왕세자 해리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했다. 1차 복무를 마치고 2차 복무 중에 왕세자가 전장에 근무하게 되면 해당 부대가 위험해 질 수 있다는 여론에 따라 영국으로 다시 돌아 오게 되었다. 그때 해리가 탔던 비행기에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영국 군인 3명, 사망한 덴마크 군인 1명이 타고 있었다고 하더라. 영국 왕세자들의 이러 저러한 대외 활동을 보면서 나는 연봉값을 잘 하고 있구나, 하고 농담하기도 한다. 그러나, "군인들은 자신이 입은 부상, 정신적 내상 등에 대해 잘 내색하지 않으려 한다. 아프다는 소리 안하려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더 신경써야 하는 것이다." 라는 해리 왕세자의 말은 자신이 직접 전장에서 뒹굴어 보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소리라는 것을 놓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의 군대는 이 정도의 애정과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군인들이 목숨을 바쳐 한국을 지킨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는 한편, 일제에 참여한 군인들이 한국군의 최고위층을 장악했고, 군인들이 불법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때로는 시민들에 발포하기도 한 암흑의 역사도 있다. 지금은 어떨까? 전시 작전권 환수를 불안해 하며 한사코 반대하는 것이 바로 군 수뇌부들이다. 어디까지 썩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온갖 비리가 난무한다... 아마 딱 한 가지만 살펴보는 것으로 충분하리라. 사병의 급여 수준을 말이다. 한국군 사병들의 급여 수준은 터무니 없이 비정상적이다. 지금 사병들이 받는 급여 수준이 바로 국가가, 군부가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시민들을 대하는 태도이다. 군대에서 다치거나 죽으면? 물어 무엇하겠는가? 국가나 군부는 자신들이 군인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한없이 보잘 것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그 부족분을 애국심, 국가 의식으로 채우려고 한다. 물론 허황된 일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저항은 국가에 애정과 존경을 줄 수 없다는 감정으로 표출된다. 이것은 소외의 감정이다.
코먼웰스 베테랑들의 자부심은 자신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대한 인식이다. 이런 타자 이론은 유서 깊고, 이제는 거의 상식이다. 예를 들어 어버이 연합 노인들의 악에 받친 구호들은 어디를 향하는 것일까? 물론 좌파 집단이 아니다. 바로 우리 사회의 소외 자체이며 그들의 삶의 소외 자체이다. 악에 받친 감정의 폭 만큼이 소외의 폭이다. 소외의 감정은 소외의 현실을 표현한다. 그것이 아마 우리의 출발점일 것이다. 내 생각에는 적나라한 수준의 소외는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 같다. 그것이 어쩌면 낙관론의 근거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