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이 인상되어서 신규채용을 줄일지도 모르겠다고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불평했다는 뉴스를 봤다. 지방 중소 기업 공장에서 일해 본 경험으로 말하면... 노동자들 급여는 거의 최저임금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 임금만 갖고는 한달 살기가 솔직히 어렵다고 봐야 한다. 한달 해봐야 100만원 정도로 기억되니까. 그래서 잔업이 필수가 된다. 그러면 하루 12 시간 꼬박 꼬박 일해야 한다. 그래봤자 크게 더 받는 것도 아니다. 지방의 웬만한 공장들은 다 파견업체를 이용한다. 즉, 상당 수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이다. 정규직 직원과 비정규직 직원은 무엇보다도 우선 상여금에서 달라진다. 비정규직들은 상여금으로 기대할 것이 없다. 예의상 5만원 정도 추석 봉투에 넣어주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한국의 평균 노동자 임금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는 데 있다. 이 말이 뜻하는 건, 노동 시장이 극단적으로 양극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의 어떤 공장에서 일할 때였다. 그 기업은 중견 기업이었는데, 신규 인력은 거의 비정규직, 고등학교 취업반 학생들로 채워졌다. 노조가 잘 조직되어 있어서 노사합의로 일년에 한 두 명씩 정규직화시키기도 했다. 노조분들 스스로 얘기하길 이제 열정이 사그라든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도 회사에 꾸준히 정규직화를 요구해 주는 건 대단히 고마왔었다. 내가 있을 때 자동화 시설들이 들어오고 취업반 학생들도 좀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장장님과 애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러더라: 여긴 장기근속자가 많아 임금 부담이 크다, 내가 아무리 조회 시간에 강조하고, 아무리 쥐어 짜도 이제 생산성을 높이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걸 안다... (솔직히, 장기 근속 노동자들의 급여를 맞추기 위해 고등학교 취업반 아이들의 급여를 까고 있는 셈이라고 그때 나는 느꼈었다.) 

지방 작은 하청 업체에서는 직원들 급여 까고 나면 별로 남는 것도 없는 일거리를 맡아 하고 있는 곳도 많다. 그러므로 삐끗하면 급여 연체가 되어 버리거나 회사가 망하게 된다. 나도... 이런 경우를 두 번 당했다. 많은 경우가 대기업이 하청 기업을 너무 쥐어 짜서 벌어진 일들이다. 최저 임금 인상이 이런 작은 하청 기업들에는 분명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모른다. 나는 왜 많은 한국의 공장 노동자들이 하루 12 시간, 토요일 4시까지 일해야 하는지, 혹은 12 시간 주야 맞교대로 일해야 하는지, 왜 가끔은 철야를 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노동자들의 생활의 기반을 전멸시켜 버린다는 것은 안다. 현상적으로 보면 인력이 너무 싸서 그럴지도 모른다. 비싼 인력을 하루 12 시간 물 쓰듯이 써댈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면 기업 양극화보다 더 해결하기 힘든 것이 노동 양극화일 것이기 때문에... 

(어제 나무 자르러 세 명이 왔었다. 일은 거의 한 명이 다 했지만. 일이 끝나고 돈을 주면서 세어 보라고 했더니, 그 덩치가 산만한 영국 아저씨가 손을 벌벌 떨면서 제대로 세지를 못하더라. 무거운 장비들과 씨름하느라 손이 다 풀린 것. 내가 돈을 다시 받아서 큰 소리로 세어 주었다. 내가 그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노동은 우리를 도덕적으로 고양시킨다. 그러나 때로 노동은 우리의 인간성을 절멸시킨다. 그러나 그것은 노동에 달린 것이 아니라 노동을 운용하는 인간 스스로의 체제에 달렸다. 나는 인간 희극, 혹은 비극은 결국 여기에 달린 문제라고 결론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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