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뉴몰든이라고, 런던 근처의 한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동네에 가서 돼지고기 볶음을 먹었다. 음식점 이름은, 좀 지나치게 촌스러운 진고개. 내가 뉴몰든에서 유일하게 좋아하는 식당이다. 영국에 처음 왔을 때는 뉴몰든 자체를 싫어했었다. 런던 중심부의 소호를 딱 차지하고 있는 중국인 지구에 비하면 뉴몰든 한인 동네는 정말 퇴락해 보였고, 식당 음식은 조미료 범벅이었고, 식당 분위기들도 절간 같았고, 소액은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다거나 사장 아줌마가 거의 바 분위기를 연출하며 대놓고 비즈니스를 하는 곳도 있고 해서 도저히 정이 가지 않았다. 진고개는 푸짐하고 저렴하고 분위기 좋고, 서비스도 좋다. (두번째 갔을 때부터 한국말을 잘 하는 네팔 아저씨가 알아보고는 반갑게 인사하드라.) 마치 신촌 돼지 껍데기 집에 와 있는 듯한 편한 느낌. 어제 옆자리엔 대학 초년생쯤으로 보이는 학생들 4명이 머리가 아플 정도로 떠들어 댔지만, 화가 나지는 않았다. 아직 영국화가 덜 된 학생들 같았고, 그만큼 진고개라는 식당의 분위기가 편하다는 뜻도 되니까. 떠들썩하고, 이 자리 저 자리에서 연기가 막 피어오르고, 종업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옷에 고기 냄새가 가득 베고 이런 역동적인 분위기... 어디에서 또 느낄 수 있을까? 전세계의 요식 산업을 장악해 가고 있는 중국인들의 식당에서, 아니면 이태리 식당에서? 한국, 한국의 고기집 말고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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