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계신 어머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원에 있는 나무를 자를 거라고 하니까 큰 나무는 함부러 자르면 안된다고 하신다. 이미 죽어버려서 잘라야 한다고 말씀드렸더니, 다음날 절에 다녀오셔서는 막걸리로 잘 위로해 주라 하신다. 사실은 요즘 계속 나무귀신이 나타나고 있다. 자고 있는 나를 살짝 누르기도 하고(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뭐라 한 두 마디 하기도 하고... 한뺨 굵기의 나무 두 그루를 베어 낼 때 마음이 무척 안좋았다. 땅을 파헤치다 삽에 지렁이들이 걸려 나올 때도 마음이 안좋았다. 담장 쪽에 벌집이 있었는데 사람을 불러서 여왕벌만 죽였다. 그러면 나머지 일벌들이 다 흩어진다고. 그후 몇칠 동안 벌 한 두 마리가 벌집 근처를 빙빙 돌기도 하고, 창문에 머리를 들이받기도 했다. 살아있는 것들을 정말 하찮은 이유들로 죽이니 마음이 편할 수 없다. 오늘 저녁에 소주로 악어의 눈물을 흘려야 겠다. (집에 막걸리가 없다.)


(7월의 초순이 지나가고 있다. 연말까지 해야 할 일들이 있고, 오늘 아침부터 그걸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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