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에 문제에 대한 개괄적인 에세이 초고를 하나 썼다. 개괄적이긴 하지만 근본적인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배가 산으로 갈까 하는 등의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내가 지금 고심하고 있는 사상을 구체적인 사안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게티에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에세이 개략을 쓰고 나서 무척 흐뭇했기 때문에 나에게 상을 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학생 카페에 가서 신라면 컵라면을 사 먹었다. 1 파운드. 전에 학생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데 익숙한 냄새가 풍겨왔었다. 옆에서 금발 머리의 여학생이 흐르는 콧물을 닦아 가면서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나도 먹고 싶었지만 영국까지 와서 무슨 컵라면이야, 몸에 좋은 것도 아니고... 이러면서 참고 있었다. 먹어보니 한국에서 먹던 것보다 훨씬 맵고 독하더라. 그러나 어쨌든 싸다. -이렇게 알리바이용 점을 하나 찍어 둔다.
(학생 카페에는 한국 학생들이 더러 더러 있다. 어떻게 아냐고? 한국말로 신나게 떠들고 있으니까. 엮일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나는 가능하면 한국말을 못알아 들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그 학생들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 있을 것 같다. 언젠가 공부를 하고 있는 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학생이 한국말로 "여기 앉아도 되요?"라고 묻더라. 나는 미소와 손짓으로 그러라고 했다. 보통은 "우쥬 마인드~" 이러면서 같은 테이블의 빈 자리에 앉는 것에 양해를 구하는데, 이 친구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중국인일 수도 있지 않은가? 내가 떠벌리고 있던 개떡같은 영어 때문이 아닐까... 이렇게 짐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