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집에 있음. 청소. 스피노자 읽음. 대체로 촛점이 없는 게으른 하루.

E와 에릭 슈미트와의 대화를 같이 봄. 자연스럽게 진행자에 대한 비판을 하게 됨. 좋은 대담 프로그램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됨. 

(에릭 슈미트와 학생들의 대화를 다시 보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학생들은 지금, 성공한 기업의 씨이오와 학생이라는 프레임 하에서 대화를 하고 있구나. 학생들이 이런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사실은 결코 유쾌한 것일 수 없다. 그들은 젊다. 열정을 보여주어야 하고 패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학생들이 에릭 슈미트에게 도전적인 질문들을 던질수록 이 대화는 에릭 슈미트에게 의미 있는 것이 될 것이다. 역으로 이 대화가 에릭 슈미트에게 의미 있는 것일수록 학생들에게도 그러한 것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공한 씨이오-학생이라는 프레임이 아니라 가장 강력한 제품들을 출시하면서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IT 기업의 경영자와 그에 대한 비판적 사용자라는 프레임에서 대화를 해나갔어야 했을 것이다. 상대를 곤혹스럽게 할 질문들을 자기검열로 배제하는 것은 예의바른 태도가 아니라 오히려 무례한 태도다. 상대의 귀중한 시간을 그저 그런 얘기들로 허비하게 하는 것이니까. 에릭 슈미트에게 뭔가를 배우고 얻으려 할 것이 아니라 뭔가를 가르쳐 주려고 해야 한다. 얼토당토 않은 얘기라고? 이런 것이 열정이고 패기다. 자신을 에릭 슈미트와 똑같은 눈높이로 세우는 것, 그것이 열정이고 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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