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보는 이번 대선의 의미는 패러다임의 교체라는 주제를 놓고 국민들이 벌이는 토론이다. 너무 뜬금없고 이상적인가? 얘기를 마저 하자. 아이엠에프 이후 들어선 3개의 정권은 모두 신자유주의적인 정권이었다. 그 결과는, 다른 모든 걸 다 접어두고 한 두개로 특정해서 말하자면, 최고의 자살률, 그리고 낮은 출산률로 대표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도 다 아는 얘기다. 그러므로 이제 대선의 이슈는 단연코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되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한국이 처한 현재 상황을 국민들 앞에 소상히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한국에서는 이런 토론이 가능하지 않다. 아니, 가능하지 않았었다. 기득권층이 토론에 깽판을 놓기 위해 이념 문제를 갖고 들어오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다행히도 안철수라는 후보가 있다. 안철수는 이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정치 공학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정부가 무상 보육 정책을 폐지한단다. 후보들 모두 정부를 비난한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자. 무상 보육 등의 복지 정책을 펴는 데는 돈이 필요하다. 그러면 이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대선 후보들 앞에 놓인 답안은 두 가지일 것이다. 첫째, 모범 답안. 지금의 재정만 효율적으로 운용해도 재원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둘째, 절대 피해야 할 답안. 세금을 올린다. 모범 답안은 사실상 거짓말과 같다. 노무현도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노무현이 거짓말을 할 당시 보수 언론들은 노무현더러 참을 말하라고 했다. 노무현이 참을 말했다면 노무현은 대선에서 떨어졌을 것이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선거 공학의 문제다. 그러나 안철수에게는 변명이 안되는 얘기다. 안철수는 선거 공학과 상관없이 분명하게, 복지를 위해서는 세금을 더 걷어야 겠다고 치고 나가야 한다. 증세를 의제의 하나로 내걸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마당을 만들어야 한다. 보수 언론에서 어마어마한 공세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슈화가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의 지지율이 회복불능으로 떨어져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어쩌면 문재인이 보험이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안철수의 진심이 받아들여져서, 헛소리나 하고 앉았는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되면서 대세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결과는 안철수의 몫이 아니다. 결과는 국민들의 몫이다. 국민들이 이념 공세에 편승해 앞에 놓인 불편한 현실을 바로 보는 것을 외면해 버린다면, 미래는 자명하다. 누구나 인정하듯 현재 한국의 체제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어쩌면 이미 늦었다.)  (하고 싶은 얘기는 다 했으니 정치 얘기는 이제 그만 하도록 하자.)  

2.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로 흘러가는 사유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실체의 갯수가 몇 개이냐가 아니라, 실체성이 점차 약화되고(추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라이프니츠에 이르러 실체성은 극단적으로 추상화되어, 예컨대 두 개의 실체는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만 서로 구별가능하게 된다(물론, 이는 말장난이다). 라이프니츠는 여기서 동일성에 대한 이론을 끌어들이는데, 이 이론은 뜻 밖에도 대단히 생산적이다. 다시 말하면 나는 이 문제에 대해 할 말이 무지 무지하게 많다. 그러므로...

3. 이 글을 쓰고 있는 도중 아마존에서 중고로 주문한 인식론 책이 왔다. 앞 장에 Tom 뭐시기라고 책 주인 이름이 적혀 있고 책 중간까지 형광펜이 잔뜩 그어져 있다. 얇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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