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철수의 생각. 안철수 팀에 왜 이헌재가 끼여 있느냐는 논란이 나는 의아스러웠다.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걸까? 나는 이헌재에 대해 딱히 부정적인 생각이 없다. 언론에 나온, 예를 들면 장하준의 비판도, 아무 구체적인 논점 없이 단지 "그 사람은 안돼" 라고 이야기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렇게 아우성이라면 내가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이 분명하고, 특히나 안철수에 대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안철수에 대해, 그의 생각에 대해 거의 아무 것도 모르면서 묻지마 지지를 표방하고 있다는 반성이 들었다.

(알라딘 이북으로 "안철수의 생각"을 사서 읽었다. 아이패드가 지원되지 않아 넷북으로 읽었다. 이북 서비스에서 알라딘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러나 공룡 아마존을 알라딘과 비교하는 것은 공정한 일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제 밤 시간에 넷북을 들고 침대에 누워 안철수의 생각을 다 읽었다. 독후감을 한 마디로 말하라면, 모든 염려가 사라졌다는 것! 안철수는 대단히 똑똑하고, 대통령으로서 모자랄 것이 없는 소양을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블로그에 대선과 관련하여 썼던 이야기들이 안철수의 책에 그대로 나오더라. 그러나, 나는 결코  표절을 한 게 아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정상적인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상식적인 생각들이기에 그리 겹친 것일 뿐...)

이헌재에 대한 생각을 덧붙이고 넘어가자. 안철수는 내가 보기에 한국에서 충분히 진보적이다. 다시 말하면 상식적인 보수다. 노무현이 권력은 이미 시장(기업)으로 넘어갔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안철수가 온갖 아름다운 말로 수사하고 있는 그 모든 이야기들도 정부가 재벌들을 컨트롤해 낼 수 없다면 단지 말로 끝날 수 밖에 없다. 안철수가 아무리 중소기업, 벤처가 살아야 한다고 역설해도 현실은, 정부-대기업(예를 들면 SDS)-하청 중소 기업 순으로 주문과 돈이 흘러간다. 불필요한 추상층이 끼여 있다는 것이다. 재벌들은 한국에서 어마 어마한 부를 끌어가지만, 예를 들면 이건희의 탈세에 대해 한국 정부는 제대로 처벌을 하지도 못한다. 이래서는 정의를 말할 수 없다. (안철수는 미국에서 MBA를 한 사람이다. 예를 들면 회계부정에 대해 미국에서라면 어떤 처벌이 내려지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말하자면, 안철수의 정책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으려면 재벌들을 실제로 제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나는 안철수와 이헌재의 접점을 거기서 본다. 무엇보다도 이헌재는 재벌을 휘둘러 본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책에서 내가 특히 감명받은 부분은, 안철수가 법치에 대해 너무도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는 대목이었다. 법치는 정권이 국민에게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그런 것이 아니다. 국민이 정권에게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을 문서로 정리해 놓은 것이 대한민국 헌법이다. 그동안 이런 상식적인 이야기를 대한민국에서는 듣기가 너무도 힘들었다. 나는 안철수가 그런 말을 해주어서 너무 너무 기뻤다.)

2. 형이상학적 상상력. 데카르트는 난로 옆에 발을 뻗고 앉아 근대 철학을 시작했다. 데카르트는 마치 그 이전에 아무도 없었다는 듯이 철학을 하였다. 데카르트가 시작한 사유의 방식이 스피노자를 거쳐 라이프니츠까지 내려오자 그 형이상학적 상상력이 여름밤의 불꽃놀이에서처럼 폭발한다. 데카르트가 구둣발로 짓이겨 버린 아리스토텔레스는 라이프니츠에게서 부활한다. 나는 스피노자를 사랑하지만, 어쩌면 라이프니츠에 빠져 바람을 피울지도 모르겠다. 라이프니츠에 비추어 보면 스피노자는 확실히 불만족스럽다. 라이프니츠는 놀랍게도 현대적이다. 나는 스피노자가 그렇다고 생각했었는데, 라이프니츠는 스피노자를 그의 시대로 되돌려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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