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부부네 집에 몰려가서 홈 시어터로 요즘 400만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건축학개론"을 보았다. 간단한 코멘트들.

남1: (첫눈 오는 날 결국 만나지 못한 남녀 주인공들에 여1이 안타까와 하자) 현실에서 어긋남이란 없는 거야.
여1: 요즘 나온 영화지만 90년대 학번의 순수한 감성을 잘 표현한 거 같아.
여2: 남자 주인공이 나쁜 놈이네. 시디 플레이어 봤으면 여자 주인공 마음도 알았을 텐데...
나: (배경음악으로 쓰인 김동률 노래의 강력한 중저음에 감탄하여) 음향 시스템 끝내 준다!
남2: (가슴 저려 했으리라. 영화 내내 거의 조용했음)
남3: (남자 주인공과 같은 직업. 그 직업에 대한 코멘트들)

이 영화는 적당히 솔직한 영화인 것 같다. 그리하여 여자 관객과 남자 관객이 서로 다른 감상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여자들은 지난 시절의 애틋함, 순수함, 서투름 등에 대해 아련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남자들은 이 영화에서 전혀 다른 면을 본다. 나는 이 영화가 요즘 세대들의 감성을 잘 담은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 남1의 말처럼 현실에서 어긋남이란 없다. 첫눈 오는 날 둘이 만났다 하더라도 둘의 만남이 지속되었을 것 같지는 않다. 여주인공은 남주인공의 순수함과 그의 화려하지 않은 스펙을 동시에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 누구나 진심의 작은 조각은 갖고 있다. 여주인공도 남주인공에 대한 진심의 작은 조각은 갖고 있다. 그러나 그걸 미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여주인공은 자신이 남주인공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전문용어로는 어장관리라고 한다더라. 
-. 남주인공의 스펙이 확연하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만고만할 뿐이다. 영화의 이런 정직한 설정이 많은 한국의 젊은 남자의 가슴을 아프게 했으리라.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그대로 나 자신의 처지가 되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 여주인공은 자신이 바랬던 대로 예쁜 집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가끔 술을 잔뜩 먹고 욕지기를 쏟아 놓기는 하지만, 그에 후회할 것도 없고 흐뭇해 할 것도 없으리라. 여주인공은 딱 자신이 선택한 것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주인공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그가 남주인공을 선택했다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얼마나 다른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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