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나의 작은 논문을 손보며 지냈다. 문장들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재고가 완성된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논지는 확고한 상태다.
한 친구를 논문과 관련한 토론에 끌어 들이려 애를 썼다. 친구는, 내가 새로운 지적 호기심의 발동을 기대하며 마음 졸이는 순간마다 "이런 거 왜 해?" 하며 나를 실망시켰다. 나는 "지금 얘기한 이 아이디어는 함의가 굉장히 풍부해. 너가 좋아하는 진중권이 이런 아이디어를 받아다 미학책에 써먹는 거야." 라는 식으로 응대하곤 했다. 친구는 내내 무표정과 볼맨 소리를 했다. 그러다가, 내가 친구를 철학 토론에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완전히 포기한 후에, 그 친구가 뜬금없이 한 마디 툭 던졌다. "근데 비트겐쉬타인이 똑똑하긴 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지?" -그 순간 나의 눈은 초롱 초롱 빛나고 있었을 것 같다.
지난 금요일에 런던 호일스 서점에 가서 럿셀에 대한 책을 한 권 샀다. 학생 할인 기간이 다 끝나서 요즘은 호일스에 잘 안가고 아마존uk에서 중고로 책들을 구입한다. 어쨌든. 예기치 않게 곁가지를 치긴 하였지만 여전히 나의 탐구 주제는 럿셀이다. 인간적으로도, 나는 럿셀을 비트겐쉬타인보다 더 좋아한다. -친구에게는 이렇게 말했었다. 럿셀은 나의 첫번째 철학자였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