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런던은... 최악이다. 매일 매일 정체 모를 싸이렌 소리가 끊이지 않고 소방차와 앰뷸런스가 수시로 질주하고 거리는 곧잘 주차장으로 변한다. 어제는 킹크로스역 입구가 폐쇄되었다. 이유는 모른다. 나는 두 정거장을 걸어갔다. 거리의 사람들도 신경이 날카로와 보인다. 어깨를 부딪힌 두 남자가 신경전을 벌이는 것을 본다. 나도 신경이 날카로와 진다. 이런 데서 어떻게 올림픽을 치른다고... 나는 습관처럼 혀를 찬다.

스타벅스에 공부를 하러 들어갔다. 흑인 아저씨가 다가와 남성 잡지를 사달라고 한다. 나는 필요 없다고 한다. 잡지엔 2 파운드 가격이 붙어 있는데 이 아저씨가 1 파운드만 달라고 한다. "1 파운드?" 나는 주머니 속에서 동전을 모아 1 파운드를 만들어 건네 준다. "근데, 이 잡지는 필요없어요." 흑인 아저씨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슬쩍 걱정 한 자락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런데 흑인 아저씨가 주먹을 내쪽으로 내밀며 "에이 요~"를 하자고 한다. 나는 너털 웃으며 주먹을 부딪힌다. 나는 흑인들이 좋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한다. 내 옆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젊은 남자 하나가 갑자기 벌떡 일어난다. 할머니 한 분이 옆에 서자 양보를 하려고 그런 것이었다. 할머니가 함박 웃으며 다음 역에서 내리니 괜찮다고 한다. 날카로왔던 나의 신경이 깨끗이 풀어진다. 나는 이런 장면을 사랑한다.

워털루에서 기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 아뿔싸, 앤스콤의 책에서 내가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가 다루어 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Russellian doctrine이라고 이름 붙이고 나의 작은 논문 곳곳에서 강조를 하던 것이었는데... 강조의 강도를 줄여야 겠다. 대수로운 것이 아닌 듯 다루어야 겠다고 마음 먹는다. 촌스럽고 싶지는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