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와서 가장 놀랐던 것 중 하나가 피쉬 앤 칲스였다. 영국의 대표적인 음식이라는데 그냥 정크 푸드에 가까와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을 일상적으로 먹다니... 한번 먹어보고 나니 다시는 먹을 일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칠 전 스타벅스에서 나의 작은 논문을 쓰다가 중요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때 나는 너무 피곤하였기 때문에 그에 만족하고 그만 집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때 난데 없이 피쉬 앤 칲스가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또 먹었다.
오늘 스타벅스에서 나의 작은 논문을 쓰면서 문단을 문장으로 대신하는 수법으로 내가 바라던 결론부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일단 이야기는 되는 것 같아서 기뻤다. 그런데 난데없이 피쉬 앤 칲스가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5시에 오후 영업을 시작하는 피쉬 앤 칲스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고이 사서 먹었다.
아마 내가 나 자신에게 뭔가 상을 주고 싶을 때 내 몸은 피쉬 앤 칲스를 요구하는 것 같다. 그것이 피쉬 앤 칲스라니! 좀 실망스럽긴 하다.
저녁에 집에 와서 그동안 써 놓은 것을 검토해 보았다. 엉망이었다. 서두 부분부터 고쳐 나가다 보니 엉성하게 개요만 얽어놓은 후반부는 아예 손도 대지 못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고 마음이 불안해 졌다.
내가 피쉬 앤 칲스를 먹고 싶어질 때 나는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있어도 그걸 먹고 만다. 나는 그런 고집스런 비타협의 충동이 나에게 곧 오겠지 하며 지금의 불안한 마음을 달랜다. 암만 생각해도 그것이 피쉬 앤 칲스라는 게 너무 실망스럽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