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헤밍웨이는 파리에서 습작 기간을 가졌다. 카페에 앉아 뾰족하게 깍은 연필로 노트를 채우다가, 잘 되는 날이나 그렇지 못한 날이나, 시간이 되면 "이제 그만"하며 노트를 덮고 일을 끝낼 줄 알았다. 내일 아침 같은 시간에 찾아 올 뮤즈를 믿었던 것이다.

뮤즈가 찾아오면 다시 뮤즈가 찾아오리라는 것을 안다. 뮤즈를 믿으면 뮤즈가 찾아온다.

자기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그것을 잃어버릴까 두려워 한다. 그러므로 그것을 탕진한다. 마치 우물의 물을 죄다 퍼내는 것처럼. 이튿날 아침 그 사람은 좌절할 것이다.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을까? 밤새 좌절을 만들어 놓았는데 말이다.

내일 아침에 다시 뮤즈가 찾아 올 것이다. 오늘의 작업이 끝났다면 이제 그대가 할 일은 몸과 마음을 오늘 아침과 같은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이다. 바보같이 자신을 믿지는 말자. 다만 뮤즈를 믿고 그를 즐겁게 해 줄 생각으로 행복해 하며 마음을 다해 그를 기다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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