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놓은 동영상은 닥터 후 시즌1의 마지막 에피소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닥터다. 어제 bbc1에서 닥터후를 보다가 문득 옛날 닥터 생각이 났다. 그리고 유튜브를 찾아보니 있었다.

보면 알겠지만 이 드라마의 스토리는 말이 안된다. 그리고 그 말이 안된다는 것을 핑계로 하고픈 이야기들을 마음껏 펼쳐놓는다.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방종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 드라마에도, 당연히 윤리가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가 내게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은 배우들의 연기다. 특히 닥터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는 너무 너무 사랑스럽다. (닥터는 우주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타임로드 종족이다. 그래서 그의 다소 과장되고 꺼벙한 행동들 속에는 치유할 수 없는 고독이 숨겨져 있다) 또, 이 드라마의 작가와 감독은 배역과 장면들을 함부로 소비하지 않는다. 위 동영상 속의 두 여인을 보라. 닥터를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디테일들이 드라마를 살아 있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디테일이 전부다)

화가는 색을, 작가는 문장을, 음악가는 음을, 감독은 장면을, 배우는 연기를 함부로 소비해서는 안된다. 그것들은 희소한 자원처럼 다루어져야 하며, 절대적 필연성의 연쇄에서처럼 펼쳐져야 한다. 나는 그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유일한 규칙, 구닥다리식으로 말해서 유일한 윤리라고 믿는다. 그것이 윤리라는 단어가 의미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그 밖의 것은 아무래도 좋다.    

(아래는 저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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