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오늘(월요일)까지 휴일이다. 생각해 보니 영국에 온지 열흘이 넘었다. 그것 밖에 안되었나 싶어 새삼 놀랐다. 어제도 런던 이곳 저곳을 다녔다. 한 군데만 들자면 브릭 레인. 펑키한 차림새의 사람들, 담배를 손에 든 파티 걸들, 작은 종이 상자에 이국적인 음식을 담아 들고 걸으면서 먹는 사람들,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북적이는 펍... 오전에 갔었던 와이브릿지 근방 애슐리 파크의 조용하고 목가적이고 가족적인 풍경과는 또다른 장면이었다. 손자와 할아버지가 함께 낚시를 하던 모습 등등...
영국은 여행 가이드북이 필요없는 나라같다. 이쪽으로 걸으면 그곳만의 매력이 있고 저쪽으로 걸으면 또 그곳만의 매력이 있다. 시골 지역에는 온통 평지에 사시사철 푸른 잔디, 그림같은 집들, 나무들, 강들, 배들, 산책로들, 말들이 있다. 그리고 도심지역에는 돌로 된 웅장하고 오래된 건물들, 유리로 전면을 감싼 현대식 건물들, 이층버스, 잘 포장되고 걷기 좋은 도로들, 각종 미술관, 박물관, 수많은 인종의 사람들, 살 것들, 볼 것들이 있다. 그 밖에 각종 이벤트들. 주말에 노팅힐에서 있은 카니발이나 레딩 앤 리즈에서 있은 록 공연 등등. -멀리 걸을 필요도 없고, 힘들여 찾을 필요도 없다. 그냥 널려 있으니까...
나는 뭐, 무엇보다도 언어와 나의 촌스러움의 압박을 심하게 느낄 뿐이고... 내가 본 영국의 모든 것들은 유리창 저 넘어에 있다. 뭐 당연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