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네와 강원도 인제로 휴가를 다녀왔다. 출국일이 가까와져서 이것 저것 챙겨둬야 할 일들을 챙겨두어야 할 때가 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하루 일정 정도로 홀로 강원도에 다녀올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나네와 여행을 떠나는 것에 많이 미적거렸었다. 어쨌든 막상 강원도에 도착하자 오길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을 자는데 등에 전혀 땀이 배지 않아서 오랜 만에 푹 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튿날 아침에는 방태산에 다녀왔다. 꼭대기까지는 올라가지 못하고 휴양림까지만 갔다가 내려왔다. 내려 오는 길목에 있는 이단 폭포에 자리를 깔고 앉아 복숭아와 키티 과자를 안주로 맥주 한 캔씩을 마셨다. 여정도 음료도 음식도 공기도 부드러웠다.


(강원도 인제 방태산: 내가 직접 찍음)

오후가 되자 또 한팀이 합류했다. 누나의 동창네 가족이다. 민박하는 집 바로 옆에 있는 계곡에서 삽결살을 구워 먹었다. 그러는 동안 민박집 마당에 차들이 들어차기 시작했고 아이들 소리가 많아졌다. 바야흐로 휴가철의 절정인 듯 했다.

다음날은 라면으로 아침을 가볍게 해결했다. 그러나 내 코 밑에서는 전날의 삽겹살 냄새가 붙어 가셔지지가 않았다. 아침 먹고 쉬면서 계곡 벤치에 누워 아이리스 머독의 "그물을 헤치고"를 읽었다. 원제는 "Under the net"인데 역자가 지나치게 자신의 낙관성을 드러내려 한 것 같다는 생각을 꼬박꼬박하게 된다.

점심 무렵에 물이 잔잔한 계곡을 찾아내서 튜브를 타고 놀면서 배를 굶주린 후 송어회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나는 휴가 동안 홀로 여행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면 집으로 돌아올 즈음에는 몸은 거의 탈진하고 머리는 새로운 계획으로 가득차 있곤 한다. 반면 동반 여행은 늘 움직이고 늘 먹게 되는 것 같다. 돌아갈 시간이 되자 서울의 습기 많은 공기가 두려워졌다. 돌아오는 길에 내 머리를 지배한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서울에 돌아오자 공기가 확실히 텁텁해 졌다. 그래도 바람이 제법 불어서 그리 덥지는 않았다. 밤에는 제법 서늘하기도 하였다. 아침에 들으니 태풍이 올라온다고 하더라. 곧 영국으로 떠난다. 영국은 그리 무덥지 않다고 한다. 출국하는 날까지 열대야 없는 잘만한 밤들이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지금 내 머리를 가장 강하게 지배하고 있는 생각은 이런 것들이다. 물론 이번 휴가 여행의 영향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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