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 문고에 갔다. 얼마만이던가. 깔끔하고 산뜻했다. 천장을 덮고 있던 유리가 사라진 덕분인 것 같았다. 천장의 유리는 서점을 두 배는 더 사람들로 북적여 보이게 만든다. 교보 문고 사장이 원한 게 그런 것이라면 나는 세 배는 더 북적여 보이게 만들 방법을 말해 줄 수 있을 텐데... 그때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상식으로 돌아와줘서 감사.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를 손에 들었다.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 스피노자를 주제로 하는 책이 다룰 수 있는 가장 극적인 에피소드라고 생각해 왔다. 책은 거의 600 페이지에 가깝다. 시시껄렁한 이야기들로 채울 수 있는 분량은 아니다. 적어도 "비트겐쉬타인은 왜?"와 같은 엉터리 책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롤로그를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19 페이지. "(스피노자)는 우리가 자연 속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분쇄되고 난 후라면 과연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게 될지를 서술한다. 그는 낡은 신학이 신뢰를 잃어버린 시대에 어떻게 행복과 덕을 찾을 것인지 그 수단을 처방한다." 나는 책을 덮었다. 그리고 계산대로 향했다.

오늘 종일 이 책을 읽었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다. 이 책은 훌륭하다. 특히 9장부터는 탁월하다. 나는 스피노자에 대해 매튜 스튜어트처럼 이야기해 주는 저자를 기다려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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