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읽어야 할 책이 많고, 읽다 만 책도 많고, 읽은 책들은 대부분 아직 정리를 하지 못했다. 한 마디로 난장판이다. 


어쨌거나 원고 작성을 시작하여야 할 시점이 되었으므로 지난 주말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다. 아웃라인은 머리 속에 있었으므로 쉽게 나왔다. 그러나 그것을 원고로 조립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다. 지지부진. 아직 집필 단계를 시작하기에는 이르다는 징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제가 그때일 수 있을까?


문득 하루키가 초고를 영어로 쓰고 나중에 일본어로 번역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는 얘기가 생각났다. 나도 그렇게 해보았다. 그러나 여전히 서두가 잘 풀리지 않았다. 원고 작성의 무게감에 짓눌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스크리브너를 사용한다. 이 툴 안에 스피노자 책 작업과 관련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 무게감에서 벗어나야겠다 싶어 스크리브너를 떠나 이맥스를 켰다. 이맥스를 순전히 텍스트 에디터 수준에서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바탕 화면도 좀 정리하고...


결국 서두 부분을 얻을 수 있었다. 좋으나 싫으나 이 서두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인생에 데드라인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사실성이다). 


출발점을 얻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서 작성한 부분을 클로드 opus 4.6에 넣고 비평을 해보라 시켰다. 오퍼스 4.6은 아부없는, 냉철한 평가를 해준다. 평가를 읽으면서 등에 땀이 났다. 클로드의 평가는, 사실 정확했다.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궁시렁거렸다. 논리의 비약이라고? 논리의 비약 맞지. 그러나 그 논리의 간극을 채우려면 뻔하고 형식적인 말들을 잔뜩 해야 한다고. 그러면 글이 늘어지고, 힘이 없어지고... 이렇게 실랑이를 벌이다 원고 작업 시간을 까먹었다. 일하기 싫으니 별 핑계를 다 만들어낸다. 엘엘엠에 리뷰를 시키는 것은 각 장을 끝낸 후에 하는 것으로...    


결론은... 가볍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 가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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