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남부 해안 지역인 도셋으로 이박삼일로 여행을 갔다 왔다. 이 지역에 대한 특별한 정보나 동기 그런 것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나는 영화 "이터널스"의 마지막 백악 절벽 드론 촬영 장면이 멋지다고 생각했고, 아내는 드라마 "브로드처치"의 촬영지를 가보고 싶어했는데, 그곳이 도셋이었다. --- 어쨌든 재미있게 놀았다.


그 즈음이 마침 이른바 극우파의 폭동 사태로 영국이 난리인 때였다. 한국에서, 괜찮냐고, 조심하라고 안부를 묻고 당부하는 연락들이 몰려왔다. 가볍게 웃으며 무시하며 여행을 떠났었다. 


첫 날 숙소에 여장을 풀고 바로 옆에 있는 펍에 갔는데 펍에서 시간을 때우던 혈기왕성한 동네 노인분들이 말을 걸어왔다. 꼬막 등에 대해 신나게 재잘대다가 아내가 눈치 없게 극우파 폭동에 대해 노인분들께 물었다. 노인분들이 창피해했다. --- 이 폭동 사태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그냥 접기로 하자.


숙소가 있는 동네 이름이 톨퍼들인데 이곳에 노조 운동 박물관이 있어 들러 보고 책 사고 컵 사고, 웨이모쓰나 더들 도어 등의 해변 등에서 잘 놀다 사고 없이 잘 돌아왔다. 


(숙소 옆 펍 벽에 걸려 있던 메시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펍이어서 매일 밤 오자 했는데 첫 날 밖에는 가지 못했다.)


(톨퍼들이라는 동네가 노조 운동의 한 시원지였다. 관련 박물관에서 산 컵. 매년 축제도 열린다니 그에 맞춰서 다시 가보고 싶다.)


웨이머쓰라는 해안가 벼룩 시장에서 70년대 영국 형사 드라마 <스위니>와 70년대 초 BBC에서 방영된 코믹 시트콤 <It ain't half hot mom> 박스셋을 샀다. 각각 2, 3 파운드 밖에 안해서 샀는데 샀으니 억지로라도 봐야 한다. 요즘 이것들을 보고 있다. 그 중 <ain't half hot>은 1945년 이차 대전 말미의 인도 주둔 영국군 병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요즘 관점에서 보면 완전히 인종주의적이고 제국주의적인 드라마다. 그 시대 즈음을 배경으로 일본 방송국이 한국 주둔 일본군 병영을 배경으로 코메디를 만든다고 생각해보라. 한국인 민간인들이 영국군의 시중을 드는 역으로 등장하는. 일정 정도의 경계감 없이 이런 드라마를 감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가능하면 이런 경계감을 털어내려고 노력하면서 이 드라마를 보고 있다. 예컨대, 한국이 일본보다 월등하게 잘 나가는 나라가 되면, 사람들은 어느 정도 풀린 마음으로 이런 류의 드라마를 소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에는 그것이 불가능한가? 그럴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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