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문제를 한국의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로 바라본다. 아주 고전적인 예가 되겠다.
윤석열은 박근혜 탄핵 사태때 과잉 수사와 기소로 사람들을 때려잡았다. 그리고 똑같은 과잉 수사 방식으로 조국을 때려잡았고 이재명을 때려 잡았다. 그리고 지금 인턴 의사들을 때려 잡고 있다. 다 똑같은 방식이다.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박근혜 사태때부터 잘못 되었다. 그러나 그때는 일종의 혁명기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하자. 그때는 조금만 문제가 있어 보이면 구속부터 시켜 놓고 보았다. 그러면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한국에서 구속이란 죄를 지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사법부 판결에 앞서 벌주는 것을 뜻한다. 좌와 우를 가리지 않고 국민들은 이러 저러한 사람을 구속 수사하라고 피켓팅을 한다. 윤석열은 전공의의 단체 행동을 주도하거나 사주한 사람을 구속 수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이런 판국이다. 윤석열과 국민 사이의 간격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그러면 탄핵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권은 무엇을 해야 했나? 탄핵 국면에서 헝클어진 법치 체계를 수리해야 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떻게 했나? 합법적으로 집권했고 단임 정권에 불과한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수사한다며 윤석열은 자기 조직을 대폭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고 문재인은 그에 아낌없이 도장을 찍어 주었다. 윤석열은 아낌없이 과잉 수사와 기소를 했고 문재인은 거기서 일말의 문제 의식도 느끼지 못했다. 민주주의 정부의 지도자로서 문재인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백낙청 교수는 문재인은 정치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될 사람이었다고 했는데, 나는 그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의 혼란스러운 사태들은 단지 그 결과들일 뿐이다. 어쨌든 역사는 소수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또 한번 결정적 순간이 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단지 그것을 기다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