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끝에서 11 미터 정도 펜스가 없다. 그래서 그 곳에 펜스를 세우려 하는데 난관이 있다. 옆 집에서 돼지 7 마리를 키우면서 돼지 똥을 퇴비랍시고 자기네 정원 가장자리 여기 저기에, 그러므로 우리 집 경계 부근에도 투기해왔던 것. 이에 대해 옆 집에 지적을 하였으나 전혀 알아들을 태세가 아니어서 구청에 신고를 했다. 신고 사실을 알려주니 옆 집 아주머니가 아주 악다구니를 한다. 참 선량하고 사이 좋았던 이웃이었는데 관계는 이미 틀어졌고, 그들의 말도 안되는 요구를 들어줄 수도 없다. 그래도 정원 작업은 펜스 세운 후에 하기로 마음 먹고 잠시 중단했고, 펜스 공사도 내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쓰기로 했다. 쓸데없는 분쟁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덕분에 펜스 공사 비용이 두 배 정도 늘 것 같다.
(영국은 개인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사회다. 상업용이 아니라면 돼지를 주거 지역에서 기르는데 거의 아무런 제한이 없다. 등록을 하여 질병 예방 주사 등을 제 때 맞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러므로 하우스 가든에서 돼지를 몇 마리 기르던, 그 똥을 노천에 노출하여 처리하든 이를 규제하는 법률이 없다. 한국은 개체 수, 주거 지역에서 최소 몇 미터 떨어져야 한다는 등등의 상세한 규정이 있을 것이다. 마치 단순한 라운드 어바웃 체계(영국)와 상세한 신호 체계(한국) 사이의 차이와 같다. 둘 중 어느 한 체계를 선호하는 것은 완전히 신념의 문제일 것이다. 예컨대, 실질에 있어서는 상세한 신호 체계가 더 효율적일지라도 신념에 있어 라운드 어바웃 체계를 선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영국식의 폭넓게 개인적 자유를 보장해 주는 시스템을 선호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점점, 삶에 있어서 신념이니 실질이니 하는 분별이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짙어진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이제 내게는 관습성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