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원주인 할아버지의 편지. 화가이신지라 필체가 독특하고 아름다웠지만, 슬프게도 내용은 이사한지 열 달 만에 할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예산을 한참 넘어가는 이 집을 가든에 반해서, 딱 한번 보고나서 바로 사기로 결정했었다. 그리고 집 이름을, 할머니 이름을 따서 쉬일라스 가든이라고 부른다. 편지를 읽고 나니 올 봄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집에 초대했어야 했다는 자책감이 든다. 평생을 살던 집이, 가든이 가시기 전에 얼마나 보고 싶으셨을까... 올 초에 집공사를 끝내고 계속 손님이 와서 묵었기 때문에 가을녁에야 그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내년 봄에는 꼭 모셔야지 하고... 우리에게도 이 집은 특별하다. 서로의 생일도 결혼 기념일도 챙기지 않는 우리에게 유일한 기념일은 우리가 이 집에 처음 입주한 그 날이다. 우연찮게도, 할아버지의 편지에 따르면, 쉬일라 할머니의 부모님이 이 집의 첫 번째 주인으로 이 집에서 살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날이라고 한다...   


이토록 아름다운 가든을 가꿔주신 것에 감사하며

편히 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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