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큰 놈 창현이 돌 때 쯤 쓰여진 쪽지를 아무렇게나 편지통에 넣어 두었던 모양이다, 6-7년 전의 나와 마주친다는 것이 이렇게 반갑고 기쁠 수가 없다. 물론 힘들고 슬픔에 허덕이는 쪽지들도 보이지만 그러 했던 내가 지금 여기 서 있다는게 대견하다.
선희만 허락해 준다면 편지들도 여기다 옮겨 적어 두고 싶다. 어때, 괜찮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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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3일, 우리 아가의 돌잔치가 벌어졌답니다.
많은 이들이 와 주었고 기쁘게 축하해 주셨어요.
몸은 피곤했지만 무척 행복했습니다.
이렇게 이쁘고 사랑스런 아가가 날 엄마라고 부르는 것이, 내 젖을 빨고 잠드는 것이, 나를 두 팔로 꼭 감싸안는 것이, 나를 보고 환하게 웃어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우리 아이는 나를 세상에서 아주 귀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답니다.
지금까지 제가 해 왔던 많은 일들 가운데 가장 훌륭한 그리고 가장 값진 일은 우리 아기, 창현이를 낳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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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가는요, 너무 이뻐요.
장난감 블러보다 블럭을 담는 바가지를 더 좋아하는 우리 아가는요, 너무 이뻐요.
맛나는 음식보다 음식을 담은 밥공기를 더 좋아하는 우리 아가는요, 너무 이뻐요.
재미있는 책보다 책을 넣은 책가방을 들고 다니는 걸 더 좋아하는 우리 아가는요, 너무 이뻐요.
1999년 3월 어느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