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향하는 뜨거운 마음이  
두터운 내 등 위에 내려앉은 
겨울날의 눈송이처럼
포근하게 너를 안을 수 있다면

너를 생각하는 깊은 마음이 
곁에 누울 수 없는 내 마음조차  
어머니의 무릎잠처럼   
고요하게 나를 누일 수 있다면 

그러나 결코 잠들지 않으리 
두 눈을 뜨고 한 세상의 슬픔을 보리

네게로 가는 마음의 길이 굽어져 
오늘은 그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네게로 가는 불빛 잃은 발걸음들이
어두워진 들판에 서서 울부짖을지라도
널 사랑한다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손을 풀지 않으리

그러나 결코 잠들지 않으리 
두 눈을 뜨고 한 세상의 슬픔을 보리

네게로 가는 마음의 길이 굽이져 
오늘은 그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네게로 가는 불빛 잃은 발걸음들이  
어두워진 들판에 서서 울부짖을지라도
널 사랑한다 말할 수 있다면    
굳게 껴안은 두 손을 풀지 않으리

   
곽재구 시, 작곡 박우진 


노래가 안 나오면 여기로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07308567   

 
 어차피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거고, 나는 나대로 내 할 바를 다 하면 된다고 '입장정리'를 했는데도... 참 어렵다. 물론 그럼에도 내 할 바를 전혀 다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드는 마음일 수도 있지만. '끝내 이기리라' 는 말을 오랜만에 들었다. 끝내... 어쩌면 그 누구도 자기의 한 생에서 달라진 세상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만들어낸 희망의 말은 아닐까. 물론 희망이라는 말 조차도 견디기 위해 나온 말이라고 좀은 생각하지만. 그래도 끝내, 희망, 이런 말들이 주는 위로는 참 눈물 겹다.

 어차피 누구라도 삶의 반경은 공간이건 시간이건 하염없이 확장될 수 없고, 그렇다면 결국 내가 보고 겪고 믿는 틀 안에서의 세상만이 각자의 세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 끝내,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건지도 모르겠고. 덥다고 덥다고, 아무 일 없이 날씨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운 날들 중에 여전히 싸우고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 하지만 그들을 내 비관과 우울의 핑계로 삼고 주저앉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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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검을 투척하는 힘의 논리 앞에
살아있음으로 감사해야하는 힘없는 자들의 아우성
텔레비젼 뉴스, 저녁 식탁에 오르고
가슴근처 구토가 지나간다
내일이란 얼마나 부질없는 오늘인가
무엇을 또 누구를 위함인지는 묻지 않기로 하자
언제나 가진 자의 논리로 완성되어지는 비극의 끝은
그저 흘러가는 역사의 의미일 뿐
아이들의 비명에 눈이 아프다

이 노래를 전쟁으로 인해 억울하게 죽어간
수많은 영령들에게 바칩니다.


어디까지 걸어가야만 하는 건가
어디까지 계속되어 있는 건가

무엇이 옳고 또 무엇이 틀린 건가 
누구가 그 누구를 위한 건가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을까
하늘과 저 붉은 태양의 빛깔을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을까
바람에 이는 저 잎들의 소리를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을까 
봄이 다가오는 저 들판의 향기를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을까
단잠에서 깨어난 아침의 기분을

더이상 더이상 더는
누구를 위한다고는 말하지마
더이상 더이상 더는 
이제 그만 이제 그만 stop the war

 

작사, 곡 강산에 . 나레이션 글 한경혜



 노래가 안 나오면 여기로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07225546

 
 
 날은 무지하게 덥고, 들려오는 뉴스는 온통 마음 무거워지는 것들뿐. 혼자 별 청승맞은 생각에 빠져 있다가도 마주치는 기사들에 한 번씩 정신이 번쩍 든다. 그래봐야 고작 하는 짓이라곤 무기력하게 속상해 하다가 이런 노래나 떠올리고 읊조리는 거지만... 있는 것들, 높은 것들, 잘난 것들. 진짜 그만 좀 해라, 개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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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8-08 0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 갈게요.
너무 속상해하지 마셈~

waits 2006-08-08 0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냥, 그런 거죠.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2006-08-08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waits 2006-08-09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 뭐, 그래야지요. 끝내.

2006-08-09 0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8-09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들어보려니 다운로드가 안 되는군요.
천지인도 그렇고.
네이버 블로그에 가도 그래요. 아쉬워라.

waits 2006-08-09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왜 그럴까요... 지금 저 재생해서 듣고 있는데... 이상하다.
그리고 네이버는 언제건 재생이 되길래 이럼 되겠다 했는데... 저도, 아쉬워라.

waits 2006-08-09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혹시.. 알라딘에선 다운로드 말고 그냥 플레이 클릭하면 되는데.
음, 그냥 말씀이~ 다운로드라고 표현하신 거겠죠? 괜히.. 아쉬워서...
(혹시! 언제라도 듣고 싶으시면 주소 남겨주세요. 메일로라도 보내드릴께요.)

2006-08-09 13: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waits 2006-08-09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내가 누구냐고  나도 몰라

그런 게 어딨냐고  이럴 수도 있지 뭐

왜 비틀거리냐고  배가 너무 고파

왜 굶고 있냐고  돈이 없으니까


아무리 걸어도 보이는 것이 없어

난 이렇게 배 고프고 더러운데

쉴 곳이 필요해 어디로 가야할까

도대체 내가 있는 여기는 


어딘거야 어딘거야 어딘거야 도대체 여긴

어딘거야 어딘거야 어딘거야 도대체 여긴

 

어디 사냐고  나도 몰라

그런 게 어딨냐고  여기 있지 뭐

잘 곳은 있냐고  물론 없지   

어떻게 할 거냐고  될 대로 되라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는 것이 없어   

난 이렇게 지치고 외로운데     

머물 곳이 필요해 어디로 가야할까

도대체 내가 있는 여기는 


어딘거야 어딘거야 어딘거야 도대체 여긴

어딘거야 어딘거야 어딘거야 도대체 여긴

 

 

작사,곡 오소영 


 

노래가 안 나오면 여기로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07225502     

 

 어제 선생님과 나눈 얘기들 중에 몇 가지가 계속 머리를 맴돈다. 현실과 환상의 구분, 경계, 혼동 혹은 아예 환상을 현실로 삼은 듯한 삶. 이를테면 너무나 약해서 한없이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어떤 사람들의 삶, 그리고 어찌어찌 상징이 되어버린 후에 가려지는 진실과 현실 같은 것들.

 복잡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다 결국엔 뭐가 현실이고 뭐가 환상인지도 모르겠다는 한숨으로 그 이야기는 끝맺을 수밖에 없었다. 삼십대를 살건 오십대를 살건, 살아가는 일은 다 그렇게 결론나지 않고 늘 헤매이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아주아주 또렷해 보이는 것들이 때로는 가장 불명확한 것이 되어 버린다. 극과 극이 통한다는 말처럼.

 세상 다 필요 없을 것 같은 허무함의 이면에 아교같은 집착이, 한 점 티없이 맑은 영혼의 이면에 너절한 세속의 욕망이 딱 붙어있다한들 사실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시간이 흘러가듯 사람도 흘러가고, 어차피 누구나 사람은 알 수 없는 신비하고 무섭고 또 아름다운 존재니까.

 2001년 마치 하나음악의 건재함을 증거하는 듯 독집 음반을 들고 나타난 오소영, 그녀의 노래들도 벌써 5년을 묵었다. 이따금 '바다'니 '뉴페이스'니 하는 컴필 음반을 감질나게 내놓았던 하나음악의 마지막 소식은, 작년 가을의 광명음악밸리 축제였던 것 같다.

 그리고 얼마 전 고찬용의 솔로 음반이 곧 나올 거란 소식을 반갑게 들었는데, 아직이다. 솔직히 그들과 열심, 몰두, 집중 이런 건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그래도 어디선가 새로운 노래를 들려줄 준비를 하는 중이면 좋겠다. 정말 대체 그들, 모두 뭣들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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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이 모이면
술 마시며 밤새도록 하던 얘기
되풀이해도 싫증이 나질 않는데
형들도 듣기만 했다는
먼 얘기도 아닌 바로 십여 년 전에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지구 안에 어떤 곳에  
많은 사람들이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꽂았다고
거리에 비둘기 날고 노래가 날고
사람들이 머리에 꽃을
그건 정말 멋진 얘기야

 

그러나 지금은 지난 얘기일 뿐이라고
지금은 달라 될수가 없다고
왜 지금은 왜 지금은 난 보고싶은데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머리에 꽃을

 

 작사, 곡 전인권 

 노래가 안 나오면 여기로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07135424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너무 더워서. 마음이 좀 시원해지는 노래가 없을까 혼자 막 생각했는데, 기껏 떠오르는 게 '코나' 정도. 근데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고, '비단구두' 때문에 간직하고 있던 cd 하나는 어느 궁한 날 팔아먹어버린 것 같다. 이 노래가 이렇게 대타마냥 등장할 노래는 아니지만, 그러고보니 은근히 시원할 수도 있겠다 싶다.  

 '1979-1987 추억 들국화', 시대도 말도 너무 아름다운. 전인권과 허성욱이 20년 전에 세상에 내놓았던 음반. 버릴 게 없다는 말은 아마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일 것 같다. 노래들뿐 아니라 심지어 다정하고 진지하게 '머리에 꽃을' 꽂아주는 허성욱과 전인권의 모습은 잠시나마 더위도 잊게 해준다.  

 

 

 이제는 노래가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어렸을 적 기억에서 '머리에 꽃을'과 가장 어울리는 조합은 단연 '미친 년'이었다. 뭔 말인지도 잘 모르면서 '베스트셀러 극장'을 열심히 보던 시절의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화당리, 솟례' 이후 머리에 꽃을 꽂은 슬픈 미친 년의 이미지가 마음에 콱 박혀버렸다.(좀 자주 박히는 편이다;;) 실은 멀끔한 김주승에 반해서 가끔 해주던 재방송까지 열심히 봤던 것 같은데. 머리에 꽃을 꽂은 미친 년 솟례가, 서울에서 내려온 김주승의 환심을 얻으려 시골장에서 캉캉춤을 추던 장면 그리고 제 연정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한 발 한 발 물 속으로 걸음을 내딛던 마지막 장면이 아직도 기억 난다. 솟례가 걸어들어가 잠긴 물 위로 머리에 꽂았던 꽃잎이 둥둥 떠있었던가, 아니던가. 

 마침 그 때는 시골이 아니라도 동네마다 '미친 년' 하나쯤은 있었던 정겨운 시절이었고.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하나씩 달고 사는 정신 질환이니 하는 둥의 세련된 인식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그 '미침'이 세상 사람들로부터 각박한 손가락질을 받거나 차가운 외면을 받는 이유로 작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솟례가 주효하기는 했지만, 어린 내 맘에도 '미친 사람'은 그저 좀 많이 여리고 많이 아픈, 조금은 무섭지만 어쩐지 슬픈 사람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었으니 말이다.  

 다시 전인권 허성욱. 알다시피 97년에 캐나다인가 어디에서 허성욱은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새벽 심야 방송을 듣다가 무슨 사연 소개하듯 담담히 그의 죽음을 전하는 dj의 목소리에 나는 아연했지만, 남다른 감회를 털어놓기에 나는 그저 노래를 들었던 사람에 불과했기 때문에 아는 척을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흐르는 세월과 함께 전설 들국화 추억 들국화 혹은 추한 들국화가 되기도 했던 그 들국화가 허성욱의 죽음으로 잠시나마 다시 뭉쳤다. 

 98년 초여름의 kbs홀, 위용당당한 방송국 건물에서의 재결합 공연은, 다시 뭉친다한들 이미 예전과 같을 수 없는 당연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던 것 같다. 공연 중간, 무대 위 허성욱을 위해 마련한 제단에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이 헌화를 했고... 아마 '축복합니다'가 연주됐던 것 같다. 마치 굉장히 사랑하던 친구를 보내는 듯 눈물이 났었다. 실은 포스트들국화 세대인 내가 굳이 허성욱은 죽었고 최구희가 없잖아 라고 안타까워하는 것도 좀 웃기고, 전인권과 최성원에 대해 뭐라 말할 것도 없지만... 

 이후 학전에서 열렸던 '안녕하세요, 들국화'가 그렇게 안녕하지는 않았던 것처럼(나만 그랬나?) 계기가 무엇이건 역시 억지 만남은 아름답기 힘든 모양이다. 인생도 음악도 늘 아름다울 수 없는 걸 테고, 그렇다면 이 정도 남겨준 걸로도 '들국화'는 할 바를 다 한 게 아닐까 싶기도. 사랑했으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쩔 것이며, 카지노를 끊었으면 어떻고 아니라면 또 어쩔 것인가..;; 한편으론 너무 많은 사람들의 추억 속에 전설로 각인된 사람에 대한 연민이, 다른 한편으론 ...... 이 때만 해도 저 슬림함과 풋풋함! 뭐, 그의 탓만은 아니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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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4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waits 2006-08-05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참말로... 노래 한 곡에 이렇게나 유구무언으로 만드는 댓글을..;;;;
오늘 아저씨 공연에서 준비없이 심장을 가격당한 터라, 지금 제가 살짝 제 정신이 아니랍니다. 아, 감동만빵 은혜의도가니... 흡.
 

 



 

목이 타오르네 물이 그립다  비라도 내려주면 정말 좋겠다

해는 무정하게 나를 태우네  아 사람이 그립다 목이 타온다


어디 있을까 나를 떠난 꿈  거치른 바람 속에 지친 그림자

해는 무정하게 나를 태우네  아 꿈이 그립다 목이 타온다


저기 저 언덕에 서 있는 사람 달려와 바라보니 시든 소나무

해는 무정하게 나를 태우네  아 사랑이 그립다 목이 타온다


내가 걸어온 길 뒤돌아 보니  오던 길 알 수 없네 갈 길도 모르는데

해는 무정하게 나를 태우네  아 하늘이 밉다 목이 타온다


작사,곡 한돌


 노래가 안 나오면 여기로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07117305

 

 
 '갈증'의 가장 강렬한 기억은 신촌 어느 작은 소극장에서 들었던 이정열의 목소리였다. 좋은 시절은 지나간 '노래마을'을 지키다가... 빛 없이 '개똥이'에도 출연하고 또 '그 바람 앞에 서면' 인가 하는 노래로 솔로 활동을 시작했던 그는, 이따금 집회에 나와 시원스런 목소리로 노래를 들려주곤 했었다.
 
 당시 그는 윤도현을 '잘' 키우고 있던 다음기획의 다음 선수쯤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나우누리엔 '그 바람 앞에 서면'의 여음구(?) 예로예로~에서 따온 'yero' 라는 팬클럽 비시무리한 동호회도 있어 잠 안 오는 밤에 기웃거리다보면 그와도 또 인간적인 기획사 대표와도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곤 했던 기억이 있다.
 
 '노래로 남은 이야기'와 다시 부른 '날 울게 한 그대' 말고는 별로 들을 게 없다고 생각했던 독집 음반이어서 크게 땡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쩐지 그냥 외면하기엔 미안한(?) 감이 또 그땐 공연 티켓이 워낙 만만한 가격이기도 해서 그 정도 돈에 얄팍하나마 의리를 저버리는 게 마음에 걸려 찾아간 공연이었다.
 
 그리고 그 전에도 분명 듣기는 했을텐데, 그 날 이후로 '갈증'은 늘 이정열과 함께 떠오르는 노래가 되었다. 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기사의 주인공이었던 이정열은 이제 실력파 뮤지컬 배우로 자기 자리를 잡은 듯도 하고, 노래는 접었는가 싶어 괜히 아쉽기도 하다. 문득 생각이 미처 찾아보니 노래를 만든 한돌님의 작은 책 '한돌의 타래이야기'(이름과 타래 모두 '아래 아' 표기를 쓴다)에는 이런 낙서가 적혀 있다.
 
 * 갈증 ... 사막을 걷는 것도 아닌데 갈증이 난다. 물을 마신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기에 더욱 답답하다. 그저 술이 약간의 진통제로 쓰일 뿐이다. 빛 바랜 청춘. 무너지는 산. 길게 누워버린 꿈과 사랑의 그림자들. 이젠 시든 꽃 한 송이가 불쌍하게 보여지질 않는다. 오던 길도 갈 길도 알 수가 없다. 하늘이 밉다. 그렇게 믿었던 사람도 하루 아침에 배신을 하고 아, 사람들이 너무 무섭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그리워진다.(86년)
 
 신형원의 목소리에 실려 국민가요처럼 되어버린 몇 개의 노래들은 좀 난감했지만, 그래도 '귀기를 자제하며' 한영애가 부른 '완행열차'나 '여울목', '조율' 같은 노래들을 참 좋아했었다. 그리고 무던하고 건조한 목소리로 그가 불렀던 '쓸쓸한 사람'이나 '꼴찌를 위하여', '갈 수 없는 고향' 같은 노래도.
 
 그러고보니 소식 들은지 오래다 싶어 검색을 해봤다. 이전에 그는 백두산을 오래 다녔다 하고 전혀 몰랐는데 작년 이맘 때 십몇 년 만에 공연도 했다고. 여전히 '아리랑'에 꽂혀 있으며 올해 초 실천문학사에서 '저 산 어딘가에 아리랑이 있겠지'란 책도 냈다고 한다.
 
 일찍부터 '터'나 '사잇섬', '뗏목 아리랑', '홀로 아리랑' 같은 노래를 만들어온 걸 보면, '외사랑'이나 '예기치 않은 바람' 류의 청승 맞은 감수성보다 그의 마음이 더 진력했던 것은 갈라진 땅의 통일이나 민족정기의 회복 같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음... 너무 덥다며 찾은 '갈증'에서 시작된 게 여기까지 왔네. 오랜만에 한돌의 노래도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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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03 18: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로이카 2006-08-04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돌,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네요. 한돌 노래는 어쨌든 뭔가 한결 같은 분위기가 있어요... 어떨 땐 좋고, 어떨 땐 그렇고... 난 '불씨', '유리벽', '외사랑' 같은 깔끔나긋한 청승 감수성 노래가 더 좋다는.. ㅎㅎ

waits 2006-08-04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님 따라댕기며 대답하는 중. 이것도 재밌네요...^^;;
역시 아저씨들은 '깔끔나긋'을 좋아하나봐요. 전 이상하게 신형원이 싫었어요.ㅎㅎ 낮에 잠깐 백창우와 한돌, 한돌과 백창우... 생각하다가 한돌 아저씨가 괜히 안쓰러워졌어요. 뭐야..;; 암튼, 전 두 분 다 고맙고 좋기는 해요.

waits 2006-08-04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안오시겠지 하고 마음에 담아놨다가 혹시나 나중에라도 보실까 싶어..^^
일부러 '경건'한 걸 고른 건 아니고, 쓴 대로 급하게 집어드느라 그런거랍니다. 물론 종교적인 색채가 짙지만, 지금은 '목사'도 훌훌 털고 계신 분이니 그냥 평화롭게 받아들이시길요. 그리고 링크하신 기사는 봤는데요, 전 별무관심의 주제..ㅎㅎ 말씀대로 기회가 되면 님의 해명은 들어보는 걸로. 암튼, 더운 날씨에 마음 먹으신 대로 좋은 ..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