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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타오르네 물이 그립다 비라도 내려주면 정말 좋겠다
해는 무정하게 나를 태우네 아 사람이 그립다 목이 타온다
어디 있을까 나를 떠난 꿈 거치른 바람 속에 지친 그림자
해는 무정하게 나를 태우네 아 꿈이 그립다 목이 타온다
저기 저 언덕에 서 있는 사람 달려와 바라보니 시든 소나무
해는 무정하게 나를 태우네 아 사랑이 그립다 목이 타온다
내가 걸어온 길 뒤돌아 보니 오던 길 알 수 없네 갈 길도 모르는데
해는 무정하게 나를 태우네 아 하늘이 밉다 목이 타온다
작사,곡 한돌
노래가 안 나오면 여기로 http://blog.naver.com/likeamike/150007117305
'갈증'의 가장 강렬한 기억은 신촌 어느 작은 소극장에서 들었던 이정열의 목소리였다. 좋은 시절은 지나간 '노래마을'을 지키다가... 빛 없이 '개똥이'에도 출연하고 또 '그 바람 앞에 서면' 인가 하는 노래로 솔로 활동을 시작했던 그는, 이따금 집회에 나와 시원스런 목소리로 노래를 들려주곤 했었다.
당시 그는 윤도현을 '잘' 키우고 있던 다음기획의 다음 선수쯤이 아니었을까 싶은데, 나우누리엔 '그 바람 앞에 서면'의 여음구(?) 예로예로~에서 따온 'yero' 라는 팬클럽 비시무리한 동호회도 있어 잠 안 오는 밤에 기웃거리다보면 그와도 또 인간적인 기획사 대표와도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곤 했던 기억이 있다.
'노래로 남은 이야기'와 다시 부른 '날 울게 한 그대' 말고는 별로 들을 게 없다고 생각했던 독집 음반이어서 크게 땡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쩐지 그냥 외면하기엔 미안한(?) 감이 또 그땐 공연 티켓이 워낙 만만한 가격이기도 해서 그 정도 돈에 얄팍하나마 의리를 저버리는 게 마음에 걸려 찾아간 공연이었다.
그리고 그 전에도 분명 듣기는 했을텐데, 그 날 이후로 '갈증'은 늘 이정열과 함께 떠오르는 노래가 되었다. 얼마 전 우연히 보게 된 기사의 주인공이었던 이정열은 이제 실력파 뮤지컬 배우로 자기 자리를 잡은 듯도 하고, 노래는 접었는가 싶어 괜히 아쉽기도 하다. 문득 생각이 미처 찾아보니 노래를 만든 한돌님의 작은 책 '한돌의 타래이야기'(이름과 타래 모두 '아래 아' 표기를 쓴다)에는 이런 낙서가 적혀 있다.
* 갈증 ... 사막을 걷는 것도 아닌데 갈증이 난다. 물을 마신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기에 더욱 답답하다. 그저 술이 약간의 진통제로 쓰일 뿐이다. 빛 바랜 청춘. 무너지는 산. 길게 누워버린 꿈과 사랑의 그림자들. 이젠 시든 꽃 한 송이가 불쌍하게 보여지질 않는다. 오던 길도 갈 길도 알 수가 없다. 하늘이 밉다. 그렇게 믿었던 사람도 하루 아침에 배신을 하고 아, 사람들이 너무 무섭다. 그래서 나는 사람이 그리워진다.(86년)
신형원의 목소리에 실려 국민가요처럼 되어버린 몇 개의 노래들은 좀 난감했지만, 그래도 '귀기를 자제하며' 한영애가 부른 '완행열차'나 '여울목', '조율' 같은 노래들을 참 좋아했었다. 그리고 무던하고 건조한 목소리로 그가 불렀던 '쓸쓸한 사람'이나 '꼴찌를 위하여', '갈 수 없는 고향' 같은 노래도.
그러고보니 소식 들은지 오래다 싶어 검색을 해봤다. 이전에 그는 백두산을 오래 다녔다 하고 전혀 몰랐는데 작년 이맘 때 십몇 년 만에 공연도 했다고. 여전히 '아리랑'에 꽂혀 있으며 올해 초 실천문학사에서 '저 산 어딘가에 아리랑이 있겠지'란 책도 냈다고 한다.
일찍부터 '터'나 '사잇섬', '뗏목 아리랑', '홀로 아리랑' 같은 노래를 만들어온 걸 보면, '외사랑'이나 '예기치 않은 바람' 류의 청승 맞은 감수성보다 그의 마음이 더 진력했던 것은 갈라진 땅의 통일이나 민족정기의 회복 같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음... 너무 덥다며 찾은 '갈증'에서 시작된 게 여기까지 왔네. 오랜만에 한돌의 노래도 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