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어릴때 햇살이 너무나도 좋았지 하루종일 하늘만 쳐다보며 살아도
하루를 길다고 느끼지 못했어 나어릴때
나어릴때 앞산이 너무나도 컸었지 며칠을 그길을 헤메이고 다녀도
그 끝은 한 번도 가보지 못했어 나어릴때
시간이 흘러 그때의 하늘은 이젠 더이상 내게 꿈이 되어 주질 못했고
주위가 변해 어린날의 꿈은 그 속에 묻혀 모두 사라졌다 생각했지만
나 아주 오랜만에 하늘을 보았지 나도 모르게 자꾸만 눈물이 흐르네 알 수 없는 눈물이 흐르네
작사.곡 김장훈
나어릴때. 10년 전 나우누리 시절부터 쭉 써온 나의 아이디. 93년 겨울에 나온 아저씨 2집의 네 번째 곡이다. 1년 넘게 무소식이었다가 반갑게 만났던 새 음반, 유일하게 아저씨가 만들어 부른 곡. 무수하게 갔었던 공연에서도 단 한 번밖에 직접 듣지 못했다. 어린 시절의 아픈 경험들이 그대로 배어나오는 절절한 목소리.
유명해짐과 동시에 가창력은 없으나 웃긴 가수로 낙인(?) 찍히고, 흐르는 세월은 그도 어쩔 수 없는지 이제는 심지어 표인봉 운운하는 댓글이 달리는 사진의 주인공이 되었다.
하지만 91년 12월 '당신의 모습'을 들었던 학전 소극장을 어찌 잊을 것이며, 추운 겨울마다 대학로 그 작은 소극장에서도 숭숭 뚫린 객석 사이로 내려앉던 긴 침묵을 어찌 잊을 것인가.
지금의 그가 더 크고 더 멋지고 더 충격적인 감동에 골몰하며, 쌩쇼를 하고 극장을 날고 돔공연장을 계획하는 것에 대해 나는 이제 좀 무감해졌지만. 십여 년 동안 나를 지탱해 준 그의 음악과 존재에 대한 감사는 아마 죽을 때까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난 여전히 자의로 '나어릴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