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 단련 - 이슬아 산문집
이슬아 지음 / 헤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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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 사이에는 어색한 간격이 벌어진다. 나는 그상태가 딱 좋다. 어색해지는 것은 두렵지 않다.

무엇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무엇 속에 둘러싸여 살아 가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는 때마다 내 집을 둘러본다. 어째서인지 그 근거를 집에서 찾아야만 할 것 같다. 언젠가는나무가 있는 집에 살 수 있기를 소망하며, 작은 정원을 꿈꾸며, 지금의 월셋집을 청소하고 화분에 물을 준다.

고마워, 라고 말하고 싶지만 너무 졸려서 말이 나오지않는다. 내일은 하마한테 못 다한 얘기를 해야지. ‘길을 걷다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 중에 그댄 나에게 사랑을 건네준사람‘이니까 고마움도 죄책감도 말해야지. 내일은 새로운 우리가 되어야지. 탐이 코 고는 소리가 들려오고 나는 금세 깊은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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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에서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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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메인주 한 귀퉁이에는 피비린내없이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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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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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낯선 무덤들 사이에서 그들의 주검과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녀가 즐겨 공원묘지를 찾았던 이유는 이곳에서는 모두가 동등했기 때문이었다. 힘 있는 자나 약한자나, 가난한 자나 부자나, 사랑받는 자나 무시당하는 자나, 성공을 거둔 자나 실패한 자나, 그 사실은 영묘나 천사상이나 거대한 비석도 바꾸지 못했다. 모두 다 똑같이 죽었을 뿐이며 아무도 더 위대해질 수도 없고 위대해지려고하지도 않았다. 너무 위대하다는 것은 전혀 있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명예의 공원묘지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아. 명예의 공원묘지는 너무 크고 과도한 명예치레야. 사실은 모두가 함께 누워 있어야해, 유대인이든, 농부든, 베르크프리트호프에 묻혀 있는사람들까지도."
그들은 함께 누워 있어야 했다. 그리하여 우리가 죽음에있어서나 삶에 있어서나 동등하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어야 했다. 차별과 선호, 분리로 얼룩졌던 삶이 끝나고 죽음이 모두를 똑같이 만들어주는 엄청난 것이라고 해서 죽음이 그 경악스러운 성격을 잃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등한 삶이 계속될 때 죽음은 그 경악스러운 성격을 잃는다.
나는 그렇게 살았던 영혼들이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 속으로 방랑하는 건지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영혼의 방랑에 대한 생각은 인간에게서 죽음에 대한공포를 덜어줄 것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평등의 진리에 대해 이해한 뒤라면 인간은 죽음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녀는 농부의 공원묘지에 있는 큰 참나무 밑 벤치에 앉아 그것을 내게 설명했다. 그러더니 웃었다. "나는 평등에 대해 말하는 거야. 내가 네게 말을 놓는 것처럼 너도 내게 말을 놓아야 해. 그리고 올가라고 불러."

그녀는 눈을 떴다. 눈길이 잠시 무언가를 찾다가 나를 발견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사랑으로, 기쁨으로 빛났다.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빛이 나는것이 나 때문이라는 것을, 그녀가 나를 그토록 사랑하고내가 온 것을 그토록 기뻐한다는 것을, 이 세상에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사랑하고 나 때문에 그렇게 기뻐한다는 것을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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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간힘
유병록 지음 / 창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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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책을 읽다가 눈물을 참느라 머리가 아팠습니다. 이제 작가님은 슬픔을 덮어두고 (자주 꺼내어 보시긴 하지만) 옆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앞을 향해 안간힘을 쓰며 살고 계신듯 하여 다행입니다. 저도 힘을 좀 더 내보겠습니다.

돌이켜 보면, 나는 위로가 멀리서 내게 다가오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내가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그것이 다가와야 한다고 믿었나보다. 내 아픔이크니까, 나는 여기 주저앉아 있으니까, 여기서 울고있으니까, 위로가 알아서 나를 찾아 곁으로 와주길기다리고 있었나보다. 겉으로는 의연한 척, 괜찮아진척하며 속으로는 누가 나를 일으켜주길 바라고 있었나보다.
그런데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 을 보며, 어쩌면 위로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일지도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위로에게 다가가고 내가 위로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은 내가 슬픈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 만큼 괜찮아지기를, 그래서 준비해둔 위로를 건넬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이났다.
새삼 깨닫지만 위대한 예술은 나 같은 어쭙잖은이가의 편견을 가볍게 부서뜨리면서도, 따뜻하게 감싸 안을 만큼 품이 넓다.
위로가 필요하다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찾으러 가야 한다. 위로가 어디선가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위로는 주변 사람의 마음속에 있을수도 있고, 새로 만나게 될 누군가의 마음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책에서 마주칠 수도 있고, 영화관이나산책로에서 만날 수도 있겠다.
나는 이제 위로를 찾아서 한 발을 내딛는다.

나는 눈물을 참지 않기로 했다. 부끄러움은 내팽개치고 그저 소리 내어 크게 울기로 했다. 혼자 있는 누구와 함께 있는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울음은, 화산처럼 폭발하는 울음은, 마음에 담긴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한꺼번에 날려버린다. 아무래도 울음은무엇으로 대체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울음이 필요하다면, 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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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파리행 - 조선 여자, 나혜석의 구미 유람기
나혜석 지음, 구선아 엮음 / 알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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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과 싸우다 객사하다.
가자! 파리로.
살러 가지 말고 죽으러 가자.
나를 죽인 곳은 파리다.
나를 정말 여성으로 만들어 준 곳도 파리다.
나는 파리 가 죽으련다.
찾을 것도, 만날 것도, 얻을 것도 없다.
돌아올 것도 없다. 영구히 가자.
과거와 현재 공(空)인 나는 미래로 가자.
사남매 아이들아!
에미를 원망치 말고 사회제도와 잘못된 도덕과 법률과 인습을 원망하라.
네 에미는 과도기에 선각자로 그 운명의 줄에 희생된자였더니라.
후일, 외교관이 되어 파리 오거든네 에미의 묘를 찾아 꽃 한 송이 꽂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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