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누군가와 다퉜을 때 그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야. 말하지 않는 것을 미리 알아주고 공감해주는 관객이 우리에게는 없어. 스스로 사실을 말하던지 아니면 너가 그 사실을 알기위해 노력해야해” 정말 그렇더라구요. 어떤 사건의 내막을 알기 위해서, 아니면 상대의 마음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내 감정에 치우친 대로 해석하고 의견을 말하다가는 상대방의 원망을 살 수도 있고 스스로 후회를 할 수도 있지요. 요즘 매일 뉴스에 나오는 말많은 사건들도 그대로 믿어버리기에는 너무 자극적이고 일차원적 입니다. 그저 자신들의 기호에 맞게 해석하고 전파하는 그들만을 믿을 것이 아니라 나의 단단한 신념과 통찰력을 통해 다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들어야 겠습니다.
몇년전 김동식이라는 무명의 작가가 인터넷에 올린 짧은 글들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사회의 갖가지 문제들을 외계인이나 요괴등이 등장하여 권선징악의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묵돌 작가의 단편집을 읽고 있으니 그 책이 생각나네요. 많은 단편들이 짧게 들어 있고 그 내용은 비슷비슷하고 내가 겪어본 적도 있고 누구에게 들어본 적도 있는 이야기라 쉽게 읽히더군요. 읽다 보니 ‘이 많은 비슷한 이야기를 뭐하러 이리 많이 썼을 까’싶었는데 저에게는 이 한문장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이 말에 가슴이 철렁 했습니다. 힘내라는 말보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라는 말보다 충분히 슬퍼하라는 말이 더 위로가 된 듯 하거든요. 이번에 충분히 슬퍼하면 다음에는 조금 덜 슬퍼질지도 모르니까요.
"우리 세대한테문학이라는 걸 되찾아 주고 싶다고 할까요?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요…….""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대표님은 혼잣말을하듯 따라 말했다."네. 우리는 우리가 슬프다는 것도 잘 모르고 사니까요. 슬퍼할 시간도 자격도 없으니까. 슬퍼할수록 고꾸라진다고 생각하니까.""하긴 그래." 대표님은 계단을 절반쯤 내려오다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그길로 쭉 내려가 집으로향하는 내게 말했다. "이건 정말 잘 해냈으면 좋겠네. 나중에 부끄러워하지 않게끔, 응?""네." 내가 대답했다. "……안 되더라도 별 수없지만요.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또 인사드리러 올게요."
그녀의 시는 몇편 읽어 보았지만 산문은 처음입니다. 그녀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글들은 그녀의 얼굴빛 처럼 환하고 눈빛처럼 반짝이고 콧등처럼 매끈하며 입술처럼 선명하더군요. 사물을 보는, 사람을 보는 그녀의 마음도 그녀의 꼬부랑진 머리카락만큼이나 삐죽거려 생각의 범위를 가늠 할 수 없이 새로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