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일상의 낱말들 - 닮은 듯 다른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열여섯 가지 단어
김원영.김소영.이길보라.최태규 지음 / 사계절 / 2022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또 입장을함부로 바꾸면 상대를 오해하게 됩니다.

어린이가 적을수록, 멀리 있을수록 어린이를 큰 소리로 불러야 하는데자꾸 엉뚱한 데다 소리를 지르는 것 같습니다. 여성을 닦달하고, 정상 가족만을 인정하고, 어린이를 존중하지 않는 말들 말입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간판만 남은소아과의 황량한 풍경이 자꾸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로텐디크는 자신이 발견한 개념에 대한 르. 모 쥐스트(막 맞아떨어지는 낱말)를 고르는 일에서 재미를 느꼈다. 이것은 개념을 길들이고 친숙하게 만들어 온전히 파악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를테면 그의 에탈 개념은 썰물의 잔잔하고 온순 한 파도, 거울처럼 고요한 바다. 끝까지 펼친 날개의 표면, 잣 난아기를 감싼 흰 배내옷을 연상시킨다.

그날 이후로 그는 생태학과 평화주의에 똑같은 시간을 할 하게 해주지 않는 한 어떤 수학 학회에도 참석하기를 거부했다. 강연중에는 정원에서 기른 사과와 무화과를 나눠주면서 과학의 파괴력을 경고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산산조각낸 원자들을 분열시킨 것은 장군의 번들거리는 손가락이 아니라 한 줌의 방정식으로 무장한 과학자 집단이었습니다." 그로텐디크는 자신의 개념들이 세상에 피해를 입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노심초사했다. 내가 추구하는 총체적 이해 로부터 어떤 새로운 참상이 벌어질까? 인류가 심장의 심장에 도달하면 무슨 짓을 저지르게 될까?

과학자들조차 더는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인류의 가장 값진 보물이요 우리의 모든 물리학 이론 중에서 가장 정확하 고 폭넓고 아름다운 양자역학을 예로 들어보자. 전 세계를 장악한 스마트폰 뒤에는, 인터넷 뒤에는, 신과 같은 연산 능 력이라는 가슴 벅찬 약속 뒤에는 양자역학이 있다. 양자역 학은 우리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우리는 양자역학을 이용할 줄 알며 양자역학은 마치 신기한 기적처럼 작동하지 만, 이것을 실제로 이해하는 사람은 산 자와 죽은 자를 막론 하고 단 한 명도 없다. 우리의 정신은 양자역학의 역설과 모 순을 감당할 수 없다. 양자역학은 마치 다른 행성에서 지구 로 떨어진 이론 같아서 우리는 유인원처럼 그 주위를 뛰어다 니고 만지작거리고 노리개로 쓸 뿐 결코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강남에 집을 샀어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최하나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왠만한 공포소설보다 무서운 이야기같습니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을 빼면 대화도 뉴스도 이루어지지 않으니까요.
최근 뉴스에 등장한 ‘빌라왕 자살’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되고 그래서 더욱 무서워졌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그땐 그 길이 왜 그리 좁았던고 : 한국 최초의 여류 서양화가 나혜석 타계 60년만에 아들 김진교수가 처음 밝히는 가족 이야기
김진.이연택 지음 / 해누리기획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옴니버스 소설을 좋아합니다. 이번에는 주인공옆 스쳐가는 인물이 다음 장에서는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하니까요. 영화에서도 비록 등장하자마자 죽는 역할의 인물도 그들의 인생이 있을테고요.
화가이자 작가인 나혜석의 삶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째서 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나오지 않는 지 의아할 지경입니다. (세계여행일라는 스케일 때문인가요?) 하지만 그녀에 대해 알게 될 때마다 김우영이라는 인물과 가족에 대한 궁금증도 함께 생겼지요.
뒤늦게 나마 이 책을 알게 되어 궁금해하던 부분을 조금이나마 옅보게 되었습니다. 나혜석도 이 책에서는 조연으로 등장하여 인간 김우영이 주인공인 글을 만나게 된 것 같습니다. 그가 진정으로 사랑한 여인은 나혜석이었으며 동시에 가장 증오한 인간도 나혜석이었겠지요. 하지만 그 역시 역사한가운데를 헤쳐나가며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할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가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기꺼이 허락했었다.
"남자야 세상구경을 해야 크지만 올케는 당연히 집에서 애들을 길러야 하지 않느냐"고고모가 펄펄뛰고 반대했지만, 할머니는 모든 일은 다 기회가 있는 법이라며 고모를 타일렀었다.

별종도 대단한 별종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류의 일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태도가 도무지 누그러지질 기미가 안보이자 함께 살고있던 할머니에게 매달렸다. 어느 시어머니가 이런 며느리를 예뻐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어쩐 일인지 할머니는 어머니 편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할머니의 말에도 아버지는 완강했다.
아들을 설득하다 못한 할머니는 어머니에게 "차라리 이혼하고 너는 나와 함께 살자."
고까지 하셨다.

"하루 뒤, 일 년 뒤, 지나는 순간마다는 후회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가 된 큰과거는 얼마나 느낌 있는 과거인가. 또 그중에 마디마디를 멀리 있어 돌아다보니 얼마나 즐거웠던 때이었었나. 우리는 언제든지 우리 앞에 비추이는 현재의 환희로 살지못함은 곧 가까운 과거를 현재로 만드는 까닭이었다. 그러므로 기실은 현재는 없어지고만 것이다. 지나고 보니 이 같은 안전한대로를 밟아온 것을, 그리하여 그 중도는 내게 없어서는 아니 될 것이 다 구비해 있고 그뿐 아니라 그때그때 전개해주는 생활이 다나를 기쁘게 만든 것이요, 다 나를 진보시킨것이었다. 그런데 왜 그때그때 과거에 있어서는 그다지 길이 좁았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자책] 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의사소통 행위는 번역이라는 기적이다.

우리 정신은 어떻게든 서로에게 닿는다. 비록 짧고불완전할지라도.
사유는 우주를 조금 더 친절하게, 좀 더 밝게, 좀 더 따뜻하고 인간적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그런 기적을 바라며 산다.

"내가 ‘사랑(love)‘이라고 말할 때, 난 그 말을 여기서 느껴요." 엄마는 손가락으로 입술을가리켰다. "하지만 ‘아이[愛]‘라고 말하면, 여기서 느껴요." 엄마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틸리는 단순히 알고 싶은 것만 가르쳐 주지 않아요. 뭘생각해야 할지까지 가르쳐 준단 말이에요.
사이는 곰곰이 생각했다.
당신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지금도 알아요?

, 사이는 혼자 힘으로 헤쳐 나가야 했다. 그래서 신이 났다.

"봤지요? 틸리가 없으면 당신은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자신의 삶조차 기억 못 하고, 어머니한테 전화 한 통 못겁니다. 이제 인류는 사이보그입니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의식을 전자(電子)의 영역으로 확장했습니다, 그래서이제는 자아를 두뇌 속으로 다시 욱여넣기가 불가능합니다. 단신들이 파괴하려고 했던 당신의 전자 복제판은 문자 그대로 실제의 당신입니다.

우린 언제나 배에서 살았거든요. 지구도 마찬가지예요. 우주에 떠 있는 배 한 척."

인류의 창조 신화가 왜 그렇게 많은지 궁금하다고? 그건 말이지, 모든 진짜 이야기는 설명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이기 때문이야.

우리는 여러분의 뒤를 쫓아오다가, 여러분을 앞질렀어요.
어서 오세요, 옛사람들이여.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민디는 내가 영웅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단지 적당한 시점에 적당한 장소에 있었던 사람일 뿐이다. 해밀턴박사는 호프풀호를 설계했으니 그 역시 영웅이다. 민디는내가 잠들지 않도록 해 주었으니 역시 영웅이다. 내가 살아남도록 기꺼이 나를 보내 준 내 어머니도 영웅이다. 내가 옳은 일을 할 방법을 가르쳐 준 내 아버지도 영웅이다.
우리가 누구인지 정의하는 것은 타인들의 삶으로 이루어진 그물 속에서 차지하는 자리이다.

당신들은 노예가 돼 버렸어. 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과거를 잊어버리고 황제의 얌전한 포로가 돼 버린거야. 황제의 무도함에서 기쁨을 찾고, 자신들이 태평성대에 산다고 믿으면서, 번쩍거리는 제국의껍데기 아래 썩어 문드러진 피투성이 주춧돌은 보려고도 하질 않아. 그건 당신들에게 자유를 안겨 주려고 죽어간 이들의 기억 자체를 무너뜨리는 짓이야.

저는 제가 물려받은 위대한 선조의 전통을 자랑스러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외할아버지의 죄에 책임을 느낍니다. 제 외할아버지의 시대에 거대한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도 제선조니까요.

외할아버지는 비정상적인 시대에 비정상적인 선택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때 일만으로 외할아버지를 판단해선 안 된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장비정상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가 아니면, 도대체 언제 사람을 판단할 수 있을까요? 평온한 시절에는 교양인의 탈을 쓰고 점잖은 척하기가 쉬운 일이지만, 사람의 진정한 본성은 암울한 시절에 막중한 압박감에 시달릴 때에만 드러나는 법입니다. 다이아몬드인지 아니면 시커먼 석탄 덩어리인지는 그때 비로소 알 수 있는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