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을 좋아합니다. 이번에는 주인공옆 스쳐가는 인물이 다음 장에서는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하니까요. 영화에서도 비록 등장하자마자 죽는 역할의 인물도 그들의 인생이 있을테고요.
화가이자 작가인 나혜석의 삶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째서 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나오지 않는 지 의아할 지경입니다. (세계여행일라는 스케일 때문인가요?) 하지만 그녀에 대해 알게 될 때마다 김우영이라는 인물과 가족에 대한 궁금증도 함께 생겼지요.
뒤늦게 나마 이 책을 알게 되어 궁금해하던 부분을 조금이나마 옅보게 되었습니다. 나혜석도 이 책에서는 조연으로 등장하여 인간 김우영이 주인공인 글을 만나게 된 것 같습니다. 그가 진정으로 사랑한 여인은 나혜석이었으며 동시에 가장 증오한 인간도 나혜석이었겠지요. 하지만 그 역시 역사한가운데를 헤쳐나가며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할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어머니가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기꺼이 허락했었다. "남자야 세상구경을 해야 크지만 올케는 당연히 집에서 애들을 길러야 하지 않느냐"고고모가 펄펄뛰고 반대했지만, 할머니는 모든 일은 다 기회가 있는 법이라며 고모를 타일렀었다.
별종도 대단한 별종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류의 일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태도가 도무지 누그러지질 기미가 안보이자 함께 살고있던 할머니에게 매달렸다. 어느 시어머니가 이런 며느리를 예뻐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 어쩐 일인지 할머니는 어머니 편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할머니의 말에도 아버지는 완강했다. 아들을 설득하다 못한 할머니는 어머니에게 "차라리 이혼하고 너는 나와 함께 살자." 고까지 하셨다.
"하루 뒤, 일 년 뒤, 지나는 순간마다는 후회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가 된 큰과거는 얼마나 느낌 있는 과거인가. 또 그중에 마디마디를 멀리 있어 돌아다보니 얼마나 즐거웠던 때이었었나. 우리는 언제든지 우리 앞에 비추이는 현재의 환희로 살지못함은 곧 가까운 과거를 현재로 만드는 까닭이었다. 그러므로 기실은 현재는 없어지고만 것이다. 지나고 보니 이 같은 안전한대로를 밟아온 것을, 그리하여 그 중도는 내게 없어서는 아니 될 것이 다 구비해 있고 그뿐 아니라 그때그때 전개해주는 생활이 다나를 기쁘게 만든 것이요, 다 나를 진보시킨것이었다. 그런데 왜 그때그때 과거에 있어서는 그다지 길이 좁았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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