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종이 동물원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의사소통 행위는 번역이라는 기적이다.

우리 정신은 어떻게든 서로에게 닿는다. 비록 짧고불완전할지라도.
사유는 우주를 조금 더 친절하게, 좀 더 밝게, 좀 더 따뜻하고 인간적이게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그런 기적을 바라며 산다.

"내가 ‘사랑(love)‘이라고 말할 때, 난 그 말을 여기서 느껴요." 엄마는 손가락으로 입술을가리켰다. "하지만 ‘아이[愛]‘라고 말하면, 여기서 느껴요." 엄마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틸리는 단순히 알고 싶은 것만 가르쳐 주지 않아요. 뭘생각해야 할지까지 가르쳐 준단 말이에요.
사이는 곰곰이 생각했다.
당신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지금도 알아요?

, 사이는 혼자 힘으로 헤쳐 나가야 했다. 그래서 신이 났다.

"봤지요? 틸리가 없으면 당신은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자신의 삶조차 기억 못 하고, 어머니한테 전화 한 통 못겁니다. 이제 인류는 사이보그입니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의식을 전자(電子)의 영역으로 확장했습니다, 그래서이제는 자아를 두뇌 속으로 다시 욱여넣기가 불가능합니다. 단신들이 파괴하려고 했던 당신의 전자 복제판은 문자 그대로 실제의 당신입니다.

우린 언제나 배에서 살았거든요. 지구도 마찬가지예요. 우주에 떠 있는 배 한 척."

인류의 창조 신화가 왜 그렇게 많은지 궁금하다고? 그건 말이지, 모든 진짜 이야기는 설명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이기 때문이야.

우리는 여러분의 뒤를 쫓아오다가, 여러분을 앞질렀어요.
어서 오세요, 옛사람들이여. 이제 얼마 안 남았어요.

민디는 내가 영웅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단지 적당한 시점에 적당한 장소에 있었던 사람일 뿐이다. 해밀턴박사는 호프풀호를 설계했으니 그 역시 영웅이다. 민디는내가 잠들지 않도록 해 주었으니 역시 영웅이다. 내가 살아남도록 기꺼이 나를 보내 준 내 어머니도 영웅이다. 내가 옳은 일을 할 방법을 가르쳐 준 내 아버지도 영웅이다.
우리가 누구인지 정의하는 것은 타인들의 삶으로 이루어진 그물 속에서 차지하는 자리이다.

당신들은 노예가 돼 버렸어. 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과거를 잊어버리고 황제의 얌전한 포로가 돼 버린거야. 황제의 무도함에서 기쁨을 찾고, 자신들이 태평성대에 산다고 믿으면서, 번쩍거리는 제국의껍데기 아래 썩어 문드러진 피투성이 주춧돌은 보려고도 하질 않아. 그건 당신들에게 자유를 안겨 주려고 죽어간 이들의 기억 자체를 무너뜨리는 짓이야.

저는 제가 물려받은 위대한 선조의 전통을 자랑스러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외할아버지의 죄에 책임을 느낍니다. 제 외할아버지의 시대에 거대한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도 제선조니까요.

외할아버지는 비정상적인 시대에 비정상적인 선택을 내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때 일만으로 외할아버지를 판단해선 안 된다고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가장비정상적인 상황에 처했을 때가 아니면, 도대체 언제 사람을 판단할 수 있을까요? 평온한 시절에는 교양인의 탈을 쓰고 점잖은 척하기가 쉬운 일이지만, 사람의 진정한 본성은 암울한 시절에 막중한 압박감에 시달릴 때에만 드러나는 법입니다. 다이아몬드인지 아니면 시커먼 석탄 덩어리인지는 그때 비로소 알 수 있는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