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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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훌륭하신 귀부인이셨어. 할머니는 세상일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계셨지. 내 생각과는 아주 다른 생각을..…. 아들아, 네가 그때 만약 이성을 잃지 않았어도 난 너에게 할머니께 책을 읽어 드리도록 시켰을 거다. 네가 할머니에 대해 뭔가 배우기를 원했거든. 손에 총을 쥐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 말고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겨우 45킬로그램도 안 되는 몸무게로 할머니는 승리하신 거야. 할머니의 생각대로 그 어떤것, 그 어떤 사람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돌아가셨으니까. 할머니는 내가 여태껏 본 사람 중에서 가장 용기 있는 분이셨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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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 박연준 산문집
박연준 지음 / 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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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고 싶은 책들이 쏟아져 나와 책장에 쌓여 있어 쫒기듯이 책을 읽고 있는 기분입니다. 하지만 하나같이 너무 좋아 건너 뛰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박연준 작가님의 에세이를 너무 급히 읽어버려 마치 맛있고 귀한 사탕을 깨물어 먹은 기분입니다. 대신 책은 하나밖에 없는 사탕과 달리 달달한 글들이 닳지도 않고 소복하게 쌓여 있으니 언젠가 책장이 좀 비면 느긋하게 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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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미스터 최 - 사노 요코가 한국의 벗에게 보낸 40년간의 편지
사노 요코.최정호 지음, 요시카와 나기 옮김 / 남해의봄날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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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요코의 귀여움이 철철 흐르는 편지들이 묶여 있습니다. 정말 큰오빠에게 편지를 쓴듯이 그녀의 투정과 어리광이 가득합니다. 또한 최정호 선생님의 점잖고 위트있는 문체에 내내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동안 사노요코의 에세이를 즐겨 읽어 그녀가 그저 귀여운 할머니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녀는 어릴 때부터 그리 귀여웠군요!!!

저는 소설가는 포기하고 이태리에서 우표팔이 아줌마를 해야겠어요. 돈 계산을속이는 우표팔이가 되어 택시 운전기사를 하는 남편하고 둘이서 그날 수입을 계산하면서 살면 인생이 즐거울 것같아요. 사람을 여럿 속이고는 낮잠을 자요. 그래도 신앙이두터워서 교회에 가 얌전하게 고해를 하고 몇 번 기도하며 용서를 받은 다음에 상쾌한 기분으로 다시 장사를 할거예요.

저는 그렇게 불행한 사람이 아니라서 죽을 때도 더 살고 싶어 할거예요. 훗날 할머니가 되는 것도 즐겁게 기다리고 있어요. 노망든 체해서 사람들에게 심술부리고 미움을 받는것도 재미있지요.
그리고 가끔 아주 맛있는 도시락을 예쁜 보라색 보자기로싸서 벚꽃놀이를 갈 거예요. 거기서 할아버지가 된옛 애인을 만나 다소곳이 웃으면서 점잖은 이야기를 나누는데 속으로는 여전히 야한 생각을 할 거예요. 어쩌다가 친구 장례식에 가도 스스로는 아직 죽지 않는다고 믿고있을 거예요. 하지만 일부러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나도금방 그리 갈게요"라고 작게, 그래도 사람들이 잘 들을 수있게 말할 거예요.
저는 할머니가 된 뒤에도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별로 불행하지 않아요. 지금부터 몸을 단련해 두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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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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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늙지 않았다. 우리 주변에 있는 어떤 것도 노화에 이를 정도로 충분히 오래가지 못하고 교체됐으며, 전속력으로 재개발됐다. 기억은 그것들을 삶의 순간에 결합시키는시간을 갖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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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소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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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하루키의 소설은 좋지만 에세이는 더더욱 좋습니다. 온갖 간질거리는 말로 치장해 놓은 여행기보다 툴툴거리는 아저씨같은 말투로 이야기하는 그의 여행기는 큭큭거리며 읽다가도 가끔 서정적으로 들리기까지 합니다. 인터넷도 없고 핸드폰도 없던 시절에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요...
여행이라고는 하지만 그는 늘 새벽같이 일어나 달리고 부지런히 글을 씁니다. 이 여행기은 1986년부터 1989년까지 쓰여진 글이고 일본에서는 언제 출판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에 출간되어 2004년에 개정판이 나와 있고 제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이 책은 무려 46쇄(2015년)입니다. 지금은 몇쇄가 판매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다른 책은 전 세계적으로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수로 팔리고 있을 것입니다.
37살의 그는 무언가 달성하지 못한 자신에 대해 불안한 마음으로 이 여행을 시작했었습니다. 이제 칠순이 다된 그는 어떤 마음일까요? 저는 늘 그가 이리도 궁금하여 그의 책을 기다립니다.
책을 읽고 나니 ‘상실의 시대’와 ‘댄스 댄스 댄스’를 다시 한 번 읽고 싶다는 마음과 이탈리아에는 절대 가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듭니다.

나이를 먹는 것은 그다지 두렵지 않았다. 나이를 먹는 것은 내 책임이 아니다. 누구나 나이는 먹는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두려웠던 것은 어느 한 시기에 달성해야 할 무엇인가를 달성하지 않은 채로 세월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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