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미스터 최 - 사노 요코가 한국의 벗에게 보낸 40년간의 편지
사노 요코.최정호 지음, 요시카와 나기 옮김 / 남해의봄날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사노요코의 귀여움이 철철 흐르는 편지들이 묶여 있습니다. 정말 큰오빠에게 편지를 쓴듯이 그녀의 투정과 어리광이 가득합니다. 또한 최정호 선생님의 점잖고 위트있는 문체에 내내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동안 사노요코의 에세이를 즐겨 읽어 그녀가 그저 귀여운 할머니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녀는 어릴 때부터 그리 귀여웠군요!!!

저는 소설가는 포기하고 이태리에서 우표팔이 아줌마를 해야겠어요. 돈 계산을속이는 우표팔이가 되어 택시 운전기사를 하는 남편하고 둘이서 그날 수입을 계산하면서 살면 인생이 즐거울 것같아요. 사람을 여럿 속이고는 낮잠을 자요. 그래도 신앙이두터워서 교회에 가 얌전하게 고해를 하고 몇 번 기도하며 용서를 받은 다음에 상쾌한 기분으로 다시 장사를 할거예요.

저는 그렇게 불행한 사람이 아니라서 죽을 때도 더 살고 싶어 할거예요. 훗날 할머니가 되는 것도 즐겁게 기다리고 있어요. 노망든 체해서 사람들에게 심술부리고 미움을 받는것도 재미있지요.
그리고 가끔 아주 맛있는 도시락을 예쁜 보라색 보자기로싸서 벚꽃놀이를 갈 거예요. 거기서 할아버지가 된옛 애인을 만나 다소곳이 웃으면서 점잖은 이야기를 나누는데 속으로는 여전히 야한 생각을 할 거예요. 어쩌다가 친구 장례식에 가도 스스로는 아직 죽지 않는다고 믿고있을 거예요. 하지만 일부러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나도금방 그리 갈게요"라고 작게, 그래도 사람들이 잘 들을 수있게 말할 거예요.
저는 할머니가 된 뒤에도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별로 불행하지 않아요. 지금부터 몸을 단련해 두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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