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기억하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이야기는 대부분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자주인공에게는 부모가 없지만 서로 의지하고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는 친척(할머니나 이모 또는 사촌...이번에는 딸 )이 있습니다. 그 여주인공은 프리터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돈에 구애받지 않고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특이한 연애를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남자에게 애정을 갈구하지 않지만 늘 서로간의 애틋함을 지니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합니다. 때로는 그 둘 사이를 질투하는 다른 여자가 있지만 이 여주인공은 그녀 역시 나쁜 사람은 아니라며 구구절절 독자를 이해시켜 줍니다.대부분이 이런 내용인데도 그녀의 소설이 나올 때 마다 질리지도 않고 잘도 읽습니다. 이번에서야 바로 그 이유를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바로 작가의 말에서 힌트를 얻었거든요. 교훈을 얻으려하지 않고 그저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뿐이니까요.
이우일 만화작가님을 좋아합니다. 그의 삐뚤삐뚤한 그림도 울퉁불퉁한 글들도 좋아하여 대부분의 책을 읽었습니다. 선현경 그림작가님도 좋아하여 아이는 없지만 몇권의 동화책을 사두고 가끔 꺼내어 봅니다. 예전에 운영하셨던 saybonvoyage라는 홈페이지를 통하여 은서와 카프카의 모습도 지켜보았었지요(은서는 정말 어른이 다되었네요). 작가님의 책은 여전히 좋았었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그들의 일상이야기에 왜 못된 심보가 삐져 나올까요? 요즘 지치고 힘들어 이 일상을 툭! 끊어 버리지 못하고 질질 끌려 다니고 있는 와중에 디지털 노마드의 일상은 아름답게만 그려집니다. 그들의 아름다운 일상에 심술이 나버린 자신이 참 못나보입니다. 지금은 하와이에서 생활하고 계시는군요. 언젠가 하와이에서의 생활을 담은 책이 나온다면 주저하지않고 읽겠지만 그때도 이런 생각이 들것 같아 걱정입니다.
프레드릭 베크만은 ‘오베라는 남자’로 한번에 스타작가가 되었지만 제 기준에서는 그 책도 겨우 읽어냈고 그 후에 나온 책은 읽지 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책은 이전작과는 다르다는 광고(?)들 덕분에 읽어보게 되었지요.꽤 많은 인물이 등장하여 초반에는 그들에 대한 설명만으로 일일드라마같은 분위기를 풍겨 살짝 위기가 왔지만 한가지 사건으로 그 인물들이 보여주는 갈등에 같이 속상했고 서로에 대한 애정에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