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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간힘
유병록 지음 / 창비 / 2019년 11월
평점 :
몰래 책을 읽다가 눈물을 참느라 머리가 아팠습니다. 이제 작가님은 슬픔을 덮어두고 (자주 꺼내어 보시긴 하지만) 옆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앞을 향해 안간힘을 쓰며 살고 계신듯 하여 다행입니다. 저도 힘을 좀 더 내보겠습니다.
돌이켜 보면, 나는 위로가 멀리서 내게 다가오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내가 가만히 있으면 저절로 그것이 다가와야 한다고 믿었나보다. 내 아픔이크니까, 나는 여기 주저앉아 있으니까, 여기서 울고있으니까, 위로가 알아서 나를 찾아 곁으로 와주길기다리고 있었나보다. 겉으로는 의연한 척, 괜찮아진척하며 속으로는 누가 나를 일으켜주길 바라고 있었나보다. 그런데 자코메티의 걸어가는 사람 을 보며, 어쩌면 위로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일지도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위로에게 다가가고 내가 위로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은 내가 슬픈 이야기를 꺼낼 수 있을 만큼 괜찮아지기를, 그래서 준비해둔 위로를 건넬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이났다. 새삼 깨닫지만 위대한 예술은 나 같은 어쭙잖은이가의 편견을 가볍게 부서뜨리면서도, 따뜻하게 감싸 안을 만큼 품이 넓다. 위로가 필요하다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찾으러 가야 한다. 위로가 어디선가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위로는 주변 사람의 마음속에 있을수도 있고, 새로 만나게 될 누군가의 마음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책에서 마주칠 수도 있고, 영화관이나산책로에서 만날 수도 있겠다. 나는 이제 위로를 찾아서 한 발을 내딛는다.
나는 눈물을 참지 않기로 했다. 부끄러움은 내팽개치고 그저 소리 내어 크게 울기로 했다. 혼자 있는 누구와 함께 있는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울음은, 화산처럼 폭발하는 울음은, 마음에 담긴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한꺼번에 날려버린다. 아무래도 울음은무엇으로 대체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울음이 필요하다면, 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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