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장소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미셸 포르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1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글쓰기는 수고스러운 일이죠. 저는 글쓰기를 위한 글을쓰는 것이, 해야 할 말이 안이함 속에 지워지는 것이 두려워요. 그저 책을 한 권 더 쓰는 것에는 관심 없어요. 그런 경우라면 절필을 하는 것이 낫겠죠. 앙드레 브르통은 평소 습관대로 큰소리를 치며 이런 말을 했어요. <아무 할 말이 남지않았다면, 입을 다물었으면 좋겠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책을 쓰는 일은 늘 하나의 큰 사건이어야 하고, 책의 마지막까지 써 내려가야 하죠. 그래야 무언가를 했다는느낌을 받게 돼요. 저는 이 <한다>는 욕망이 저의 어린 시절과 큰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실상 지적인 작업을 한다는 것은 노동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었으니까요.부모님에게 저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는 사람이었죠. 그 둘은 전혀 달라요. 일을 한다는 것은 손으로 하는 것이었어요. 저는 주변에서 손으로, 몸으로 일하는 사람들에 보지 못했죠.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책이 강도 높의 결과물이어야만 세상에 나올 수 있다고 여기는「 있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MP : 그렇지만 역시, 흔적을 항상 남기고 싶다는 욕구이기도 하죠?
A.E. : 글을 쓰는 것은 이름이나 사람으로서 흔적을 남기는 게 아니에요. 시선의 흔적을 남기는 거죠. 세상에 대한 시선이요. 저는 많은 사람들이 가진 현재의 욕망을 이해하고있어요. 자신들의 삶을 쓰고 싶어 하죠. 예술적인 고민 없이,
즉흥적으로, 변화하는 불확실한 세상에 자아의 분산과 공동의 기억의 소멸이 각자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욕구를 갖게만들어요. 이 땅에 머물렀다 간 것을 증언하고 싶은 거죠. 생물학적인 의미로 생명을 물려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니까. 우리는 생각과 이미지, 하찮은 것까지도 보존되기를 원하죠. 단지 그것이 일어난 일이었다는 이유로, 이미 지나간 것이니까. 저도 그런 욕구가 있어요. 그러나 그것을 지식의 욕구와 분리하지는 않아요. 글쓰기는, 정말 글을 쓴다는 것은 지식을 겨냥하는 일이죠.
사회과학, 철학, 역사, 정신분석학 같은 지식이 아니라,감정과 주관성을 통과하는 또 다른 지식이요. 예전에 우리가 문체라고 불렀던 것에 누가 의존하나요? 더는 문체라고부르지 못하죠. 문체란 무엇인가요?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자신의 깊은 내면의 목소리 그리고 언어, 언어 자원 사이의 협정이에요. 자신의 어린 시절과 자신의 이야기가 만든 이 목소리를 언어에 주입하는 데 성공하는 것이죠.
이것을 설명하는 것은 어렵지만, 글을 쓰면 느껴져요. 심리학이나 사회학 혹은 정신분석학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죠. 저도 과학적인 지식을 이용할 때가 있긴 하지만요. 부르디외의 사회학에 많은 것을 빚졌지만 제가 부르디외가 되려고 하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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