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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시간과 장의사 ㅣ 이묵돌 단편선 1
이묵돌 지음 / 냉수 / 2020년 4월
평점 :
몇년전 김동식이라는 무명의 작가가 인터넷에 올린 짧은 글들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사회의 갖가지 문제들을 외계인이나 요괴등이 등장하여 권선징악의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묵돌 작가의 단편집을 읽고 있으니 그 책이 생각나네요.
많은 단편들이 짧게 들어 있고 그 내용은 비슷비슷하고 내가 겪어본 적도 있고 누구에게 들어본 적도 있는 이야기라 쉽게 읽히더군요. 읽다 보니 ‘이 많은 비슷한 이야기를 뭐하러 이리 많이 썼을 까’싶었는데 저에게는 이 한문장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이 말에 가슴이 철렁 했습니다. 힘내라는 말보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라는 말보다 충분히 슬퍼하라는 말이 더 위로가 된 듯 하거든요. 이번에 충분히 슬퍼하면 다음에는 조금 덜 슬퍼질지도 모르니까요.
"우리 세대한테문학이라는 걸 되찾아 주고 싶다고 할까요?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요……."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대표님은 혼잣말을하듯 따라 말했다. "네. 우리는 우리가 슬프다는 것도 잘 모르고 사니까요. 슬퍼할 시간도 자격도 없으니까. 슬퍼할수록 고꾸라진다고 생각하니까." "하긴 그래." 대표님은 계단을 절반쯤 내려오다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그길로 쭉 내려가 집으로향하는 내게 말했다. "이건 정말 잘 해냈으면 좋겠네. 나중에 부끄러워하지 않게끔, 응?" "네." 내가 대답했다. "……안 되더라도 별 수없지만요. 안녕히 계세요. 다음에 또 인사드리러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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