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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지지 않는 하루 - 두려움이라는 병을 이겨내면 선명해지는 것들
이화열 지음 / 앤의서재 / 2021년 2월
평점 :
간지럽고 멋낸 듯한 문장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암을 이겨내며 쓴 글이라 생각하니 안타깝기도, 아름답기도 했습니다. 죽음과 가까운 자리에서 죽음과 멀어지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것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게다가 상대는 즐기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몇년 전 암수술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종양인 줄 알고 일부를 떼어 내기만 했으나 조직검사상 ‘암적인 종양’이 발견되어 모두 잘라버리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긴 항암치료는 필요하지 않아 2박 3일간의 독방에 갇혀 고농도 방사선을 삼키는 치료를 받았지요. 몸에서 고농도의 방사능이 나오기에 방안에는 의료진도 들어 올 수 없고 병실은 두꺼운 납으로 가려져 홀로 48시간 가량을 지내며 속도 안좋고 맘도 안좋았지요. 그 와중에 병원근처 야구장에서는 홈팀이 우승이라도 했는지 불꽃놀이가 벌어졌습니다. 창밖으로 그 불꽃놀이를 보며 ‘나는 금방 괜찮아 질 것이고, 다시 행복해 질 것이다’ 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가끔 그 밤이 다시 생각났는데 책을 읽고 나니 유난히 또렷하게 기억나네요.
암이라는 병도 비슷하다. 피레네의 종소리처럼 내 인생에 눈금을 긋는다. 병이 생기기 전과 그 이후로 자르고, 그 이전에 나는무엇을 했는지, 지금 무엇을 하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사색하게 만들며 사는 일에 집중하게 만든다.
"조심하세요. 어딜 가든지. 하지만 즐기는것을 잊지 말고요."
저녁 식탁에서 구역질 때문에 식사를 멈추 :는 걸 보고 올비가 말한다. "6개월 뒤에 출산하는 거야. 이번에는 아이가 아니라,새로운 자신을." 우린 매일 조금씩 새로워진다. 단지 그걸눈치채지 못할 뿐이지.
몸이 허약해지면, 정신이 맑아진다. 그리고마음이 잘 흔들린다. 감동은 마음의 작은흔들림이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 마음이 잠잠하다. 비극적일 이유는 없다. 누구에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지금 방금 나에게 일어난 것뿐이다.
남성스러움이나 여성스러움은 경계도 없고, 미덕도 아니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건 남에게 예속되지 않는 일이다. 혼자 할줄 아는 일이 많을수록 자유로워지는 건 결혼의 지혜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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