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혼비 작가님이 ‘아무튼 술’ 북토크에서 밑밥을 던지실 때부터 이 책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읽기 시작하고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27페이지부터 육성으로 빵 터져 혼자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역시나 유쾌한 작가님에 최고의 여행 파트너이자 더 흥이 넘치는 박태하작가님까지 더해져 읽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너무 어렵다.너무 재밌다.너무 모호하다.너무 명쾌하다.너무 슬프다.너무 유쾌하다.책을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가득했습니다. 내가 사는 세상을 이런 시선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니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무언가 명확한 설명을 듣는 듯 하면서도 내 머리 속에 들어오면 비누방울 처럼 팡팡 터져버려 뭔가 아쉬웠습니다. 번역가님의 말처럼 언젠가는 다시 펼쳐 볼 것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그저 화가 박서보선생님의 아내가 쓴 에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화가의 아내로서의 삶이라기 보다는 그저 80대 한국여성의 다난한 삶의 이야기였습니다. 젊은 시절 그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힘겹게 생활하기는 하였지만 일찌기 그런 생활에서는 벗어나 지금은 매끄럽게 살고 계신 듯합니다. 읽는 중에도 ‘내가 이걸 왜 읽고 있나?’하는 생각이 가끔 들었지만 그저 무엇이든 써야 한다는 그 힘을 배웠습니다. 요즘 1일 1쓰기를 실천중인데 남이 보기엔 별거 아닌 글이지만 나름 뿌듯하거든요. 그저 자신을 위해 기록하고 그것이 힘이 되고 운이 좋으면 이렇게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책의 만듦새가 좀 이상합니다. 테이블 위에 책만 두고 보았을 때는 고급스럽고 이쁜데 몇번 만지니 제목은 손에 묻어 지워지고 사진은 다른 종이에 인쇄된 것을 풀로 붙여 놓아 벌써 나달해지네요. 큰 맘먹고 책으로까지 엮으셨을 텐데 아쉽습니다.
B급감성도 독서도 좋아하기는 하지만 너무 수준이 높아(?)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는 버거웠습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피식’웃을 수 있는 부분이 만화책을 읽는 재미 아닐까 합니다. 일기에나 적을 법한 작가소개와 번역자의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책은 제껴두고, 동시에 여러권을 읽는 독서법, 각주를 읽지 않는 습관, 완독에 연연하지 않는 정신력 정도는 저도 갖추었는데 아직 독서중독자의 수준을 넘보기에는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 드물게도 모두가 좋아하는 존 르카레는 세상을 뜨고 말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