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의사인데도 어째서 다른 의사들과의견이 다르죠?" 나는 종종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대답은 다음과 같이 간단하다. 나는 결코 의학 비지니스의 어떠한 경제적인지원도 받지 않기로 맹세했기 때문이다. 나는 오직 내 환자들을 돌보고 고통과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며, 사람을 죽이는 수술과 약물처방을 하지 않기로 맹세했기 때문이다.

비록 그들이 잘못 알고 있다고 해도, 그들 스스로에게‘나는 동물을 죽이지 않았다‘는 위로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동물이 죽고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바로 당신이다.

그렇다면 요즘 들어 왜 병원의사들이 다투 어 비타민 D 테스트를 하려고 난리인 것일까?
왜 과장된 수치를 표준으로 삼는 것일까? 병 원 측의 예상대로 당신의 수치가 낮게 발견되면 제약업계의 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당 신은 더 자주 병원을 방문해서 혈액테스트를 받게 될 것이고 당신이 전혀 필요하지도 않은 영양제를 판매함으로써 그들의 산업은 더 번 창하게 될 것이니까 말이다. 나는 이러한 일련 의 과정을 병을 판매하는 행위‘Disease Mongering라고 부른다. 건강한 사람에게 불필 요한 테스트를 강요해서 환자를 만드는 행위 말이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일들은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고 있다.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사람이 의사다. 그래서나는 사람을 치료하지 않는 모든 의료행위를 ‘장사‘라고 생각한다. 하물며 그 장사로 인해환자가 고통을 받게 된다면 그건 장사를 넘어 ‘범죄‘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지금도 수없이 여러분의 주위에서 자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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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직업 - 20년 차 신문기자의 읽고 쓰는 삶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곽아람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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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자아실현은 회사 밖에서 하자!

누군가는 안쓰러워하며 말한다. 기사에 쓸 부분만 발 췌독해도 충분할 텐데 왜 고지식하게 책을 다 읽으려 하냐 고, 그러게 왜 나는 고통을 자처하는 걸까. 스스로에게 묻 다 보면 답이 나온다. 책 읽기를 사랑하는 만큼 완독이 주 는 기쁨을 알기 때문이다. 완독의 힘을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나는 안다. 일이라는 건 대충 하면 그저 월급 받는 대가에 그치고 말지만 열과 성을 다하면 그 누 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자산이 되어 내 안에 남는다는 걸.
결국 성장하고 싶다는 이기적인 욕구 때문에 한숨을 쉬면 서도 남은 책장을 세어가며 읽고 읽고 또 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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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천장의 무늬 - 이해할 수 없는 통증을 껴안고 누워 있으며 생각한 것들
이다울 지음 / 웨일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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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는 상투적인 위로를 쓸모없는 것으로 여겼다. 그것은 유용하지 않으며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고 생각 했다. 때문에 내가 그에게 아프거나 슬프거나 불안하다 고 말하면 위로보다는 곧바로 대책을 말하는 편이었다.
"진통제를 먹어.""안정제를 먹어."숨을 크게 쉬어." 자 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말은 그게 다라는 듯 그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 하지 않았고 나의 아픔에 대해서도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나는 그 차가울 만큼의 침착함 덕분에 함께 침착할 수 있었다. 불안에 찬 상상력이 몸을 속박하지 않도록 도와 주었다. 그러나 나의 침착함은 그에 비해 참을성이 없었 다. 종종무엇도 제시하지 않고 함께 슬퍼하는 날이 오 길 바랐다. 그는 타인에게 무조건적인 위로를 원해본 적 이 없어 위로가 더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가족에 게도 위로를 구해본 적이 없었다. 그의 가정은 서로 간 의 슬픔이나 아픔을 공유하는 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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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일상의 낱말들 - 닮은 듯 다른 우리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열여섯 가지 단어
김원영.김소영.이길보라.최태규 지음 / 사계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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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을 바꿔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또 입장을함부로 바꾸면 상대를 오해하게 됩니다.

어린이가 적을수록, 멀리 있을수록 어린이를 큰 소리로 불러야 하는데자꾸 엉뚱한 데다 소리를 지르는 것 같습니다. 여성을 닦달하고, 정상 가족만을 인정하고, 어린이를 존중하지 않는 말들 말입니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간판만 남은소아과의 황량한 풍경이 자꾸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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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노승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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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텐디크는 자신이 발견한 개념에 대한 르. 모 쥐스트(막 맞아떨어지는 낱말)를 고르는 일에서 재미를 느꼈다. 이것은 개념을 길들이고 친숙하게 만들어 온전히 파악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이를테면 그의 에탈 개념은 썰물의 잔잔하고 온순 한 파도, 거울처럼 고요한 바다. 끝까지 펼친 날개의 표면, 잣 난아기를 감싼 흰 배내옷을 연상시킨다.

그날 이후로 그는 생태학과 평화주의에 똑같은 시간을 할 하게 해주지 않는 한 어떤 수학 학회에도 참석하기를 거부했다. 강연중에는 정원에서 기른 사과와 무화과를 나눠주면서 과학의 파괴력을 경고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산산조각낸 원자들을 분열시킨 것은 장군의 번들거리는 손가락이 아니라 한 줌의 방정식으로 무장한 과학자 집단이었습니다." 그로텐디크는 자신의 개념들이 세상에 피해를 입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노심초사했다. 내가 추구하는 총체적 이해 로부터 어떤 새로운 참상이 벌어질까? 인류가 심장의 심장에 도달하면 무슨 짓을 저지르게 될까?

과학자들조차 더는 세계를 이해하지 못한다. 인류의 가장 값진 보물이요 우리의 모든 물리학 이론 중에서 가장 정확하 고 폭넓고 아름다운 양자역학을 예로 들어보자. 전 세계를 장악한 스마트폰 뒤에는, 인터넷 뒤에는, 신과 같은 연산 능 력이라는 가슴 벅찬 약속 뒤에는 양자역학이 있다. 양자역 학은 우리 세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우리는 양자역학을 이용할 줄 알며 양자역학은 마치 신기한 기적처럼 작동하지 만, 이것을 실제로 이해하는 사람은 산 자와 죽은 자를 막론 하고 단 한 명도 없다. 우리의 정신은 양자역학의 역설과 모 순을 감당할 수 없다. 양자역학은 마치 다른 행성에서 지구 로 떨어진 이론 같아서 우리는 유인원처럼 그 주위를 뛰어다 니고 만지작거리고 노리개로 쓸 뿐 결코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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