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겠습니다. 평소 동성애에 관대하다고, 그럴 수도 있다고 인정했지만 그저 허세에 불과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동성애를 썼다기보다 그저 사랑에 대해 쓴 글이겠지만 시종일관 ‘ 우리는 당신들과 달라. 만나면 어서 자봐야지. 우리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해. 우리는 평범하지 않아. 직업은 창의적이며(없어도 그만이야) 감정은 예민하고 행동은 힙하지. 당신이 우리의 언어와 놀이를 이해하지 못해도 난 상관안해. 우리는 특별하거든. 아~ 우린 너무 힙해’ 라며 아우성치는 인물들에 질려 버렸습니다. 단편집이기에 다음 작품을 기대하며 하나하나 읽어나갔지만 결국 저는 작가가 경멸하는 글속의 교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저 무더운 여름을 피해보려 추리소설인 듯한 책을 들었을 뿐인데 굉장한 작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추리소설이라 하기엔 우울증에 대한 치료과정과 사회적인 병식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었고 그에 따른 문제점이나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작가의 생각을 정확하게 주장했다고 봅니다. 초반에는 그러한 내용이 길어져 약간 지루한 듯 했으나 문제가 풀리고 반전이 드러나며 집중도가 상승하여 그만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김열은 어디서도 보지 못한 독창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송시우 작가님의 전작을 찾아 보는 일이 되겠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마주한 힘든 상황에서 그저 피해가려고만 합니다. 못 본척, 못 들은 척, 비겁함을 알지만 변명으로 자신을 합리화 시키며 그냥 쓱 뭉게버립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저 묵묵히 받아내고 이겨내려고 하지요. (설령 이기지는 못해도, 계란으로 바위를 치더라도 말입니다) 자신앞의 태산을 한삽씩 퍼올리는 심정으로 그저 꼬박꼬박 퍼담다가 지치기도 하고 포기할 생각도 하고 갈 길을 잃어 헤메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신념은 꺽지 않습니다.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지만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살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리고 또 다른 어떤 사람은 가면을 쓴 채 행동하기도 할 것입니다. 과거의 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가 아닌 내 모습을 보여주면 왠지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나는 기분이 들테니까요. 그들 모두에게 옳다고 또는 그르다고 판단을 내릴 수는 없었습니다. 모두가 저의 모습이었으니까요. 그래도 경애를, 경애의 마음을 품은 많은 사람들을 응원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