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태어나는 곳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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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는 비채출판사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감독 이름이야 우리나라 배우들과도 함께 작업한 작품이 있고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의 수상 소식으로 익숙하지만 아쉽게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한편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젊은 시절 좋아했던 배우가 등장한 영화에 대한 기록이라는 설명에 덥석 고른 책이다.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중심으로 한 에세이는 영화를 제작하기 위한 준비 과정은 물론 감독의 영화에 대한 담론을 엿볼 수 있다.
책은 <이렇게 비 오는 날에>라는 제목으로 시작된 미완선의 각본이 영화로 제작되기까지 2011년에서 2019년까지 8년의 기록이다.

영화 준비과정에서 감독은 일본과는 전혀 다른 시스템에 놀라기도 하며 배우 섭외를 위해 공을 들이는 과정과 인터뷰를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특히 이선과 딸 역의 클레망틴의 첫 대면에서 아역 배우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배우들의 모습과 일곱 살 된 아이는 하루 최대 네 시간만 촬영한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감독은 영화 제작하기 위해 배우들이 출연했던 영화를 수없이 보고 마음에 드는 촬영지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여배우는 자신의 기준으로 파리를 정의 내리고 성사될 듯하던 촬영지는 불발되기도 한다.
감독이 여러 스텝들을 이끌고 배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장면을 조율하며 영화를 제작해 나가는 모습은 흡사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를 떠오르게 한다.

감독이 찍은 여러 장의 현장 스케치 사진과 직접 그린 스토리보드와 그날그날 찍은 영화 촬영 기록들은 촬영 현장의 생동감을 충분히 느끼게 해 준다.
거기다 이선 호크에게 보낸 정중한 편지는 배우를 대하는 진심 어린 감독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감독은 우리나라 배우들과 <브로커>를 찍었고 송강호 배우는 그 영화로 칸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바람이 있다면 다음 에세이에는 <브로커>를 찍을 당시의 생생한 기록을 제대로 방출해 줬으면 하고 바라본다.

영화를 보지 않아 과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한편으로 걱정하며 책을 펼쳤는데 추억 속 찬란했던 배우들의 여전하고 꾸밈없는 모습과 쉽게 접할 수 없는 스토리보드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을 물론 감독의 다른 영화들도 궁금해지게 하는 에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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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봄 2025 소설 보다
강보라.성해나.윤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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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는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 (문지문학상 후보작)을 묶은 단행본 시리즈로, 1년에 네 권씩 출간됩니다. 계절의 리듬에 따라, 젊고 개성 넘치는 한국문학을 가장 빠르게 소개하며 독자와 함께하겠습니다.>

봄에 구입한 책을 여름이 시작되면서 읽는다.
붉은 딸기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 표지의 소설집은 젊은 작가의 소설 세 편이 실려 있다.

강보라 작가의 <바우어의 정원>은 이름이 알려진 배우 은화가 3년의 공백을 깨고 오디션을 보러 간 곳에서 예전에 막역한 사이였던 후배 정림을 만난 이야기다.
오디션이 끝나고 둘은 함께 은화의 차를 타고 이동하며 대화를 하게 되고 서로의 고통을 들여다본다.

가장 시의적절한 소설은 아무래도 성해나 작가의 <스무드>가 아닌가 싶다.
전혀 한국을 모르는 한인 3세 미국인 듀이가 경험한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 관한 이야기는 언어는 물론 한국 사회에 대해 이해가 전무한 듀이를 통해 전혀 다르게 보이는 ‘타이극기‘ 집회 참가자의 호의가 괜히 마음 아프고 슬프다.

실업급여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서현이 길가에 놓인 파란색 패브릭 소파를 발견하면서 진행되는 윤단 작가의 <남은 여름> 역시 현재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이야기 같다.
친구의 죽음이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지 않은 탓인 것 같아 괴로워하는 서현의 모습이 슬프다.

세 편의 소설은 지극히 현실적이라 공감하며 읽게 된다.
유산이라는 아픔을 겪은 주인공들의 고통을 감히 짐작할 수도 없고 친구의 죽음 때문에 괴로워하는 주인공에게 어떤 위로를 건네야 슬픔을 덜어줄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들에게 살아가라고 그래도 살아가라고 하고 싶다.

소설이 끝나고 심도 깊게 진행된 인터뷰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문장 사이 채우기”에 대한 윤단 작가의 인터뷰는 소설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 그리고 그 사이 빈칸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소설 속 이야기를 이해하는 방법으로 한동안 집중할 것 같다.
벌써부터 ‘여름’ 편 ‘소설 보다’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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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설레스트 잉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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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는 비채출판사 서포터즈로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솔직히 서포터즈로 제공받은 도서가 아니라면 읽지 않고 지나쳤을 확률이 높은 책은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
근미래의 미국이 배경인 소설은 보낸 사람의 주소도 없이 ‘버드’라는 이름만 적혀 있는 편지가 다른 모든 편지처럼 사전 검열을 거쳐 ‘버드’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버드’가 태어나기 전 미국은 경제적 위기가 닥쳐오자 근무 시간을 단축하고 임금을 삭감하지만 물가는 가파르기 오르기 시작한다.
당국은 ‘위기’의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 그들을 위협하는 존재를 ‘중국’으로 지목하며 미국 전통문화 보전법인 ‘PACT’를 시행하기 시작한다.

비미국적인 가치와 행동을 조장하는 활동의 불법화, 우리 사회에 가해지는 잠재적 위협에 대한 모든 시민의 신고 의무…해로운 견해를 옹호하는 환경에서 어린이 보호 (p36)

언어학 교수인 아버지와 시인인 아시아계 엄마를 둔 ‘버드‘는 PACT’가 시행되고 있지만 별 탈 없이 부모의 극진한 사랑을 받고 자란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쓴 시가 엄마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 PACT 구호로 쓰이게 되자 정부는 엄마를 반역에 연루되었다고 몰아간다.

소설은 엄마가 사라지고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버드‘에게 보내는 사람이 적혀 있지 않은 편지가 도착하고 그 편지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과 평범한 주부이자 엄마였던 ’마거릿‘이 쓴 시가 반 PACT 구호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반역자 되자 버드를 지키기 위해 집을 떠난 엄마가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국가의 위기가 닥쳐오자 위정자들은 위기의 모든 원인을 중국으로 지목하며 이민자들의 자유를 구속하며 아시아계 시민들에게 터러를 가하기도 한다.
거기다 PACT를 따르지 않는 부모에게서 아이들을 보호한다는 논리를 들어 원가정의 부모에게서 아이를 분리해 재배치하는 악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미국적이지 않은 것을 배척하는 사회는 미국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분리해 차별하고 미국적이지않은 책은 검열을 통해 파기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국가의 이익을 우선으로 내세워 개개인의 개성을 몰살하고 급기야 평범한 가정의 행복마저 빼앗고 만다.

소설은 근미래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닌 머지않아 진짜 벌어질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진다.
점점 심해지는 타인종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어느새 우리에게도 익숙해져 버린 것 같아 공포스럽기도 하고 우리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참담하다.
소설의 결말만큼 알 수 없는 게 우리가 맞이할 미래라 읽는 내내 무섭고도 두려웠지만 많은 독자들이 함께 읽었으면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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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빛
강화길 지음 / 은행나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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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을 감추고 있는 지수와 해리아의 관계, 지금은 없어진 사이비 교회와 해리아의 관계, 그리고 왜 사고 후 해리아는 학교로 돌아오지 못했는지 가제본으로 1장을 읽은 뒤라 뒷이야기가 정말 궁금합니다.
수많은 폭력에 시달리는 여성의 문제를 전면에 다룬 소설을 많이 써 온 작가가 이번엔 어떤 식으로 세상의 문제를 이야기할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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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는 수영모를 쓰지 않는다 - 베테랑 예능 작가의 다큐에서 시트콤으로 인생 장르를 바꾸는 법
이휘 지음 / 유월서가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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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서가의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베테랑 예능 작가의 에세이는 재미있습니다.
줄거리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지라 평소 에세이는 거의 읽지 않는 까닭에 어떻게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할지 한참을 고민합니다.

3부로 나눠 전해지는 에피소드 부자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는 울고 웃는 삶 속에서 인생의 따스함을 느끼게 합니다.
8년째 같은 사람을 찾는 잘못 걸려온 전화의 숨겨진 사연과 그 뒷 이야기는 바쁜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싶게 마음이 뜨거워집니다.

아주 개인적이라 남 앞에서 쉽게 꺼낼 수 없는 이혼을 대하는 작가의 마인드도 훌륭하고 훌훌 떠난 일본 여행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도 멋져 보입니다.
언제든지 달려올 수 있는 마음을 터놓는 친구 부부가 가까이에 있어 힘이 되어 주는 것도 행복해 보이고 부럽기도 합니다.

뭐니 뭐니 해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사는 작가의 삶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가끔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고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삶은 언제나 행복할 수는 없습니다.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오늘 벌어진 불행이 내일의 행복을 가져다주기도 합니다.
작가님의 글은 오늘의 불행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내일은 괜찮아질 거라고 용기를 줍니다.
유머는 힘이 강하다는 진리와 함께 “이휘” 작가의 진솔한 이야기는 참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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