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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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이덴슬리벨 출판사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

소설은 작가인 줄리엣에게 어느 날 채널제도 건지섬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도시 애덤스의 편지가 도착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우연히 예전 줄리엣이 판매한 찰스 램의 책 안 쪽에 적힌 주소를 보고 편지를 보낸다는 도시는 자신을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회원으로 소개하고 현재 독일군이 점령했던 섬에는 서점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로 런던에 있는 서점의 주소를 알아봐 줄 수 있는지 부탁한다.

줄리엣은 자신이 팔았던 책 덕분에 독일군 점령하에서도 웃을 수 있었다는 도시의 편지에 감동해 찰스 램의 다른 책을 보내고 편지로 교류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도시뿐 아니라 건지섬의 북클럽 회원들과도 편지를 주고받게 되면서 특이한 이름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생긴 사연에 대해 듣게 되고 그 중심에 ‘엘리자베스 매케너“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군에 점령당한 유일한 영국 영토였던 건지섬 주민들은 어린 자식들과 생이별을 하고 고립되었다는 두려움과 기아에 허덕이며 이웃의 감시를 받기도 한다.
독일군 몰래 숨겨 키우던 돼지를 잡아 파티를 연 주민들은 통금시간이 가까워지자 각자 집으로 돌아가다 독일군의 검문에 걸리게 된다.
다행히 엘리자베스의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하지만 독일군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북클럽 모임을 시작하게 된다.

소설은 줄리엣이 건지섬 주민들과 친구 소피, 그리고 소피의 오빠이자 출판사 대표인 시드니, 그리고 줄리엣의 남자 친구인 마크와 주고받은 편지와 전보, 쪽지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서간체 형식이다.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자신들이 겪었던 일들을 차분하게 써 내려간 건지섬사람들의 편지는 줄리엣의 다음 작품의 영감을 주고 그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건지섬에 가게 된다.
섬 사람들의 환대를 받은 줄리엣은 더더욱 건지섬의 북클럽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고 엘리자베스의 일생에 관심을 갖게 된다.

전쟁 중 책이 사람들에게 주었던 위안과 하녀의 딸로 태어났지만 누구보다 강인했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했던 여인이자 엄마였던 엘리자베스의 이야기가 소설의 중심이다.
특별한 규칙이 없이 진행된 북클럽은 전쟁이라는 어려운 시절에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게 했고 부모 잃은 아이를 보듬게 한다.
천성이 착한 이들이었는지 아니면 독서를 통해 품이 넓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북클럽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처지를 살피게 된다.

소설은 서로 주고 받는 편지를 통해 섬의 역사와 한 사람의 인생, 그리고 전쟁의 공포는 물론 그 안에피어나는 절절한 사랑을 자연스럽게 녹여 담는다.
특히 북클럽 회원들의 독서는 각자의 형편과 관심사에 따라 형식이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방식으로 흥미롭게 펼쳐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름의 작가가 등장할 때면 친근감과 반가움을 느끼게 한다.

이 소설은 십 여 년 전에 타 출판사에 다른 제목으로 출간된 당시 읽은 책으로 꽤나 인상 깊게 읽었기에 언젠가 꼭 재독 하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드디어 다시 읽게 되었다.
시간이 꽤 지난 탓에 소설의 자세한 부분까지 기억하지 못해 새로운 이야기를 읽은 기분이었지만 처음 읽을 때의 감동은 다시 찾아왔다.
이모와 조카 사이인 작가들의 사연도 소설 속 이야기만큼 가슴 아파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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