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독서 - 한 권의 책이 리더의 말과 글이 되기까지
신동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통령이 휴가 중 읽을 책들이 소개되는 순간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하고 상대 진영의 타킷이 되어 작가까지 싸잡아 공격받기도 합니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뽑은 대통령이 어떤 책들을 읽는지 궁금해하고 그 책들이 앞으로의 국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하며 관심을 갖습니다.

<대통령의 독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연설비서관으로 재직한 시인 신동호 님이 쓴 대통령의 책 읽기와 이미 발표된 기념사, 연설문, 담화문등의 글 모음집입니다.
“대통령의 정직하고 선한 마음을 믿고 글쓰기를 보좌했다.”는 설명처럼 단순히 대통령이 읽은 도서의 나열이 아닌 문재인 정부의 5년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글은 정부의 정책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모두 20장으로 나눠진 도서는 대통령의 생각과 그 생각을 나타내는 말과 글의 토대가 되었던 독서의 자취를 따라가는 과정을 싣었고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연설문, 담화문, 기고문등을 담고 있습니다.
살면서 제대로 대통령의 글을 읽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수록된 연설문을 읽다 보면 5년의 재임 기간 동안의 굵직했던 사안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기도 합니다.

특히 취임 직후 참석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의 기념사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과 맞물려 가슴을 뜨겁게 해 줍니다.
2020년 6.25 전쟁 70주년을 앞두고 두 달 전부터 의견을 묻는 대통령께 ”6.25를 국민 의식이 싹트고 국민 전체의 정체성이 형성된 과정으로 설명하면 국민통합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는 글을 읽으며 연설문의 준비 과정의 지난함과 수고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띠지에 쓰인 ”다시, 책 읽는 대통령을 기다리며“ 라는 문구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요즘입니다.

“책을 통해 인간은 실수, 실패와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그려 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 만나는 기회를 무수히 갖게 됩니다. 대통령의 독서는 과거의 교훈을 새기고 국가가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그려보는 창입니다. 5000만 개개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_<책을 펴내며> 중에서

진영을 떠나 독서의 중요성은 물론 세월이 더 지나 재평가될 정책에 대해 다시 꼽씹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책이었습니다.

<본 도서는 한겨레출판 서포터즈 하니포터 9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옥 : 신의 실수
류시은 외 지음, 연상호 기획, 최규석 만화 / 와우포인트 퍼블리싱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지‘는 아무런 예고 없이 무차별적으로 시행됩니다.
고지의 내용은 단순합니다.
수취인의 이름, 지옥으로 간다는 사실, 그리고 남은 시간”
ㅡ문학동네 지옥 중에서

‘연상호X최규석’의 만화 <지옥>은 넷플릭스에서 동명의 제목으로 영상화되어 많은 사람들이 시청한 드라마다.
그 ‘지옥‘의 세계관을 그대로 가져와 다섯 명의 작가가 <지옥-신의 실수>라는 엔솔로지를 출간했다.

<지옥 뽑기>
막 잠이 들려는 찰나 “너는 삼십 초 뒤 지옥에 간다.“는 고지를 받은 ‘고은‘은 고통으로 의식이 흐려지지만 눈을 떠보니 방이다.
고은은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자신이 지옥에서 부활해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몇 년 전 동생 ’로은’을 피폐하게 만든 몰카범 임예준 역시 자신처럼 부활할까 두려워하며 부활을 막기 위해 임예준의 묘를 찾아 나선다.

<묘수>
사기 전과가 있는 방지민은 출소 후 고지를 앞당겨주는 부적을 써주는 MZ무당 명왕선녀로 승승장구한다.
죽이고 싶은 이가 고지를 빨리 받도록 써주는 부적이라 고지를 받으면 받는 데로 안 받으면 안 받는 데로 특별히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어느 날 시연을 당한 사람의 지갑에서 방지민이 써준 부적이 발견되면서 방송국에게 취재가 시작되고 방지민은 최후의 선택을 해야만 한다.

<불경한 자들의 빵>
빵집을 하고 있는 칠십 팔세의 수임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죽게 된다는 고지를 받지만 언제나처럼 빵집 문을 열며 일상을 살아간다.
고지 사실이 알려지고 빵집은 문전성시를 이루지만 어느 날 괴한들이 들이닥쳐 수임에게 죄를 자백하라며 폭행한다.
그때 수임을 돕기 위해 한 여성이 나서고 두 사람의 숨겨진 인연이 밝혀진다.

<새끼 사자>
부모에게 학대받던 김지환은 집을 나와 가짜 사자가 되어 투기꾼들의 큰돈이 걸린 경기에 인간 선수들과 대결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시연을 받고 진짜 사자가 돼 버린 지환은 가짜 사자의 기억을 가진 체 떠돈다.

<산사태>
에스더는 어린 시절 수녀원에게 함께 자란 수산나에게서 결딴을 내자는 문자를 받고 봉오산으로 향한다.
함께 자란 영태가 유괴된 후 반목하며 살아왔던 그들은 봉오산에서 산사태를 당하게 되고 간신히 목숨을 건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들을 구해 준 남자에게서 영태의 유괴에 숨겨진 진실을 듣게 된다.

다섯 편의 소설은 고지, 시연, 부활, 새진리회, 화살촉 등의 설정이 그대로 이어지고 ’장진수‘나 ’박정자’같은 만화의 등장인물도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소설 속에서는 시연을 이용해 사적 보복을 하기도 하고 고지를 이용해 돈을 벌기도 하며 부활하고도 정작 본인이 부활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소설 속 인물들은 불법 촬영물의 피해자도 있고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한 아이들도 등장하고 착하게 빵을 만들며 나이 든 여자도 등장한다.
그들은 특별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고지를 받고 시연을 당한다.
만약 이런 현상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생각해 본다.

공포에 떨며 도망치거나 한몫 챙길 기회라고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고지를 받은 사람을 죄인이라고 손가락질하거나 위해를 가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음을 맞으니 고지를 죽음이라는 단어로 바꾼다면 자신이 죽을 때를 아는 것 아니겠는가.

사자들에 의해 고통스럽게 지옥으로 끌려간다는 설정만 빼면 시연이 인간의 죽음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착하게 산 사람이 허망하게 죽기도 하고 세상 악한 이가 천수를 누리기도 하니 그 모든 게 신의 실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언제 고지를 받고 시연당할지 모르는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찌 살아가는 가는 본인의 몫 아니겠는가.

다섯 편의 소설은 만화 <지옥>에서 다 말하지 못한 개개인의 숨은 사연을 전해 들은 기분이다.
소설을 먼저 읽어도 지장은 없지만 만화나 드라마를 함께 본다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지옥>도 3편까지 나올 예정인 것 같은데 지옥 앤솔로지도 3편까지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도서는 은행나무 출판사의 임프린트 브랜드 와우포인트 퍼블리싱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 고흐, 영원한 예술의 시작 - 그림에 영혼을 바친 젊은 예술가의 편지, 출간 25주년 기념 개정판 불멸의 화가 고흐의 편지들
빈센트 반 고흐 지음, 박은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반 고흐, 영원한 예술의 시작>은 귀족 출신의 네덜란드 화가 ‘안톤 반 라파르트‘에게 보낸 고흐의 편지를 모은 책입니다.
고흐가 막 그림을 시작하면서 오간 편지는 5년 간 이어오다 갑자기 끊어지고 맙니다.

“우리는 작품의 모티브를 대중의 마음속에서 찾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네. 게다가 현실의 생생함을 습작할 필요도 똑같이 느끼고 있지.” (p8)

라파르트와의 편지는 고흐가 그림을 막 시작한 1881년에 시작됩니다.
화가로서 첫발을 딛는 그는 희망차 보이고 열망과 꿈이 넘쳐 보이는 편지를 라파르트에게 보냅니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자신이 읽고 있는 책에 대해서도 편지에 적어 보냅니다.

특히 미술 도구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을 피력하며 잉크, 분필, 크레용 등의 사용 후기를 자세히 적어 보내기도 하고 사용을 권하기도 합니다.
삽화 잡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책을 교환해서 보기도 합니다.

편지와 함께 소개된 그림은 우리에게 덜 알려진 숨겨져 있던 그림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그림만 즐기기에도 좋은 책입니다.
특별히 교류하던 친구가 많지 않던 고흐에게 라파르트는 동생에게 말하지 못했던 고민을 함께 의논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여린 마음에 쉽게 상처받는 탓에 자신의 그림에 대해 혹평하는 친구에 충고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 절연을 선언했다가도 라파르트에게 했던 말을 철회하면 다시 우정을 나눌 수도 있다는 편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아카데미에서 정식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그려야 했던 고흐의 고단한 인생을 보며 더 오랫동안 라파르트가 고흐 곁을 지켜주었다면 그의 삶이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았을까 못내 아쉽기도 합니다.
편지는 끊어졌지만 고흐의 편지를 소중하게 보관했던 라파르트의 당시 심정이 어떠했을지 짐작되기도 합니다.

가난하고 건강하지 못했지만 자신만의 그림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화가 고흐의 편지는 그가 남긴 그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합니다.
강인함과 그림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담긴 그의 그림을 다시 꼼꼼히 감상하게 됩니다.

<본 도서는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위즈덤하우스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 고흐, 영혼의 편지 - 고흐의 불꽃같은 열망과 고독한 내면의 기록, 출간 25주년 기념 개정판 불멸의 화가 고흐의 편지들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은 미술에 별 관심이 없거나 그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특유의 에너지를 느끼게 합니다.
이번에 출간 25주년 기념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된 <반 고흐, 영혼의 편지>와 <반 고흐, 영원한 예술의 시작>은 고흐가 동생 테오와 동료 화가인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를 모은 책입니다.

먼저 읽은 <반 고흐, 영혼의 편지>는 동생 테오에게 “산책을 자주 하고 자연을 사랑하라.”는 당부의 편지를 시작으로 사망할 당시 지니고 있던 너무 우울해 부치지 않았던 편지로 끝을 맺습니다.
편지는 1881년 12월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1890년 7월 29일, 37년이라는 짧은 생을 불꽃처럼 살다 간 고흐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1874년부터 사망할 당시까지 어떤 이유로 고흐가 그런 편지를 보낼 수밖에 없었는 지 시대순으로 고흐의 일생을 요약 설명하고 있습니다.
테오는 동생이지만 형이 그림을 시작하면서 모든 경제적 지원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고흐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무명 화가로 근 10년을 생활하는 동안 끊임없는 격려와 사랑으로 용기를 주는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는 가슴 절절합니다.

거기다 고흐는 자신의 불우한 처치와 사랑했던 연인을 향한 마음, 그리고 테오에게 늘 미안했던 마음을 편지에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편지에는 화풍의 변화는 물론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되어 가는 과정과 그림에서 나타내고자 했던 의미를 자세히 적어 보냅니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고흐의 그림을 시대 순으로 싣고 있어 그의 화풍이 어떻게 변화해 갔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800점이 넘는 그림을 남겼지만 살아있는 동안 공식적으로 단 한 점의 유화가 판매됐고 고갱과의 우정이 틀어지면서 자신의 귀를 잘랐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다룬 영화를 볼 때 그 끝을 알면서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게 되는 것처럼 마음을 졸이면서 편지를 읽었습니다.
고흐의 편지를 읽는 내내 누군가 가까이 그와 교류했다면 만약 그의 그림이 죽기 전에 세상에 알려졌다면 그의 사랑이 이루어졌다면 그의 삶은 전혀 다른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한편으로 고흐가 전혀 다르게 살았다면 그의 위대한 그림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고흐는 돈이 없어 모델을 마음껏 구할 수 없었고 동생이 보낸 돈으로는 미술도구를 사는 것에도 제약을 받았지만 아이가 딸린 매춘부 시엔을 모른 척 할수 없었습니다.
시엔과의 관계 때문에 가족은 물론 함께 그림을 그리던 친구들과도 절교하게 되지만 그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성정을 갖고 있습니다.
아를의 노란 집에서 고갱을 기다리는 고흐의 모습은 흡사 사랑하는 연인을 기다리는 듯해 더욱 마음이 아픕니다.
고갱과 파국을 맞기 전까지 그가 얼마나 아를에서의 생활을 사랑했는지 그의 그림 곳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진정한 화가는 양심의 인도를 받는다. 화가의 영원과 지성이 붓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붓이 그의 영혼과 지성을 위해 존재한다.
진정한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캔버스가 그를 두려워한다.” (p161)

형제의 우애와 찬란한 예술혼, 그리고 한 줄기 희망 같았던 아를에서의 그림과 병이 깊어지면서 더 강렬해지는 그림들을 이제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눈으로 보게 됩니다.
테오에게 쓴 편지는 희망과 절망 사이를 간신히 줄타기하며 자신에게 보내는 주문이 되기도 합니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았던 그의 짧은 삶과 영원히 기억될 그림이 대조를 이룬 탓에 더욱 강렬해 보입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고흐의 그림을 그의 진솔한 편지와 함께 할 수 있어 고흐에 관한 그 어떤 책 보다 마음 깊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본 도서는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위즈덤하우스에서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종환 시인의 동물 농장
도종환 지음, 김재홍 그림 / 바우솔 / 202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 잃은 산토끼 데려다
방안에서 키우다가
짝 만들어 내보내 주었더니
자고 나서 심심하면
방에 들어와 논다.

온 세상이 눈으로 덮인 추운 겨울, 엄마 잃은 산토끼를 데려다 정성껏 키워 제 짝까지 만들어 내보내 주었더니 심심하면 방에 들어와 놉니다.
처음에는 혼자 들어오던 산토끼는 제 짝까지 데리고 들어옵니다.

방에 들어왔으면 얌전히 놀다가면 좋을텐데 온갖 저지레를 하고 다닙니다.
굽도리도 장판지도 책 모서리도 갉아놓고 똥도 오줌도 싸놓습니다.
그래도 크게 혼내지 않았더니 이번엔 닭들도 툭하면 방으로 들어옵니다.

시를 쓴 도종환 작가는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한 시인이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그림은 그린 김재홍 작가는 인간과 자연을 주제로 하는 그림을 꾸준히 작업한 화가로 ’동강의 아이들‘, ’숲 속에서‘, ’영이의 비닐 우산‘, ’엄마 마중‘ 등의 작품으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습니다.

짧은 시는 화가의 그림과 만나 긴 이야기를 만들어 갑니다.
발이 푹푹 빠지게 내린 눈과 낮은 툇마루, 창호지 문, 옷 덮개, 작은 장롱 위의 알록달록 이불, 벽에 걸린 사진,그리고 대문 없는 집은 어느 새 어린 시절 고향 집으로 데려다 줍니다.

아버지는 어스름한 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오실 때면 지게 가득 소 먹일 풀을 지고 오셨고 마당을 자유롭게 뛰놀던 닭은 닭장으로 돌아갔습니다.
마루 밑의 강아지는 꼬리가 떨어져라 아버지를 반기고 아버지는 언제나처럼 소 여물을 챙기셨습니다.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풍경이 시를 읽는 동안 내내 눈 앞에 어른거립니다.
시만 읽었다면 절대 느끼지 못했을 고향을 떠올리며 다시 그림을 봅니다.
곤란해 하는 아버지의 표정, 그래도 토끼가 귀여운 아이의 표정과 두 사람을 지켜보는 엄마의 다정한 얼굴이 더없이 정답게 보입니다.
언제 보아도 좋은 그림책이지만 추운 겨울에 보면 더더욱 행복해지는 그림책입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바우솔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