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둑 성장기 위픽
함윤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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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둑질
그것은 남의 몸속에서 이루어졌다.

신박한 제목의 소설의 첫 문장이다.
태어나면서 엄마의 뱃속에서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는 뼛조각을 훔쳐 나온 ‘사미’는 그것이 자신의 첫 도둑질임을 안다.

엄마는 뼛조각을 옷장 가장 아래쪽 서랍에 보관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머리가 자란 내가 당신에게 모질게 혹은 비겁하게 굴려고 할 때마다 눈을 맞추며 말했다. 아……뼈가 아프다.”(p10)
이런 말을 할 때면 사미는 엄마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한다.

사미는 신이 주신 재능이 훔치는 것이라 믿으며 “극도의 의연함과 차분함 그리고 평화 속에서” (p18)물건들을 훔친다.
양손에 숨길 만한 사물이라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훔칠 수 있는 재능을 갖은 사미는 ’필요해서‘, ’원해서‘ 가 아닌 한계를 넓히기 위해 훔친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초콜릿을 훔치다 난생처음 ’성준’에게 들키고 그 후 무언가를 훔치려 하는 순간 매번 제지당한다.
성준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사미 앞에 소중히 간직한 엄마의 의안을 보여주며 자신이 사미에게 집착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 이 소설을 썼을까 소설을 덮고 한참을 생각했다.
사미는 결핍을 채우기 위해서 물건을 훔치기 시작하고 성준의 형 성구는 엄마의 사랑을 되찾기 위해 사미의 재능을 빌린다.
사미가 필요 없는 물건을 훔칠 때마다 특별히 착한 사람이 아닌 나도 그 손을 꼭 잡아주고 싶다.

만약 엄마가 뼛조각 이야기를 하지 않고 결핍을 느끼게 하지 않았다면 사미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엄마가 성구를 성준이 살펴야 할 형으로 대우하지 않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까.
혹시 사미가 진짜 훔치고 싶은 건 엄마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엄마인 나는 소설 속에서 못난 엄마를 찾아내 들여다보며 나를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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