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출판사의 ‘새처럼’ 서평단에 선정돼 제공받은 도서입니다.>어린이책 20년 경력의 화가의 첫 창작 그림책으로 제2회 창비그림책 대상에 선정된 작품입니다.빨간 모자와 빨간 장갑 그리고 빨간 신발을 신은 아이가 새처럼 하늘을 나는 그림이 표지인 그림책은 단순화한 그림 속에서 여러 가지 의미를 찾아보게 합니다.함박눈이 내리는 날, 아이는 데굴데굴 눈사람을 만들며 친구들을 기다립니다.그리고 눈 위에 찍힌 새 발자국을 따라 걸어 보고 뽀드득뽀드득 새를 따라가지요.새 발자국을 보니 새는 친구를 만난 모양입니다.무수히 찍힌 새 발자국을 따라가던 아이는 어느 순간 새가 되어 하늘을 날아갈 수 있어요.가끔은 먹구름이 저벅저벅 몰려오기도 하고 번쩍 번개를 만나기도 하지만 우리는 두렵지 않아요.“작지만 멋진 날개를 가졌으니까요.”좋은 그림책은 누가 읽느냐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다가옵니다.아이들은 눈 오는 날의 신나는 풍경을 생각하며 나중에 눈이 오면 친구들과 함께 놀 생각에 가슴이 설레고 눈이 오면 새 발자국을 찾아 나서기도 하겠지요.어떤 이들은 하늘을 나는 아이의 모습에서 한없는 자유를 느끼기도 할 것이고 먹구름과 번개에서 인생의 시련을 생각하기도 할 것입니다.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내일을 꿈꾸며 눈이 내리는 평화로운 밤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기를 바랄 것입니다.“작은 눈송이 하나가 제 손바닥에 닿자마자 사르르 녹아 없어집니다. 어쩌면 우리는 전쟁의 아픔을 손에 떨어진 눈송이처럼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아이들의 새하얀 세상이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에 남기를 바랍니다. 하얀 눈 위의 아이들이 반갑다고 날갯짓을 하면, 우리도 다 같이 새처럼 날개를 펼쳐 날아 보아요.” (작가의 말)눈 덮인 세상을 단순한 선들로 표현하고 이야기를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 더 생각거리는 줍니다.한 번 읽을 때 두 번, 세 번, 여러 번 읽을 때마다 아무 걱정 없이 눈 오는 날을 즐기는 아이들 마음에 가까이 가게 됩니다.온 세상 어린이가 새하얀 세상에서 다른 걱정 없이 아이답게 살아가길 바라봅니다.
*문학과지성사 크리스마스 이벤트 당첨으로 받은 도서입니다.<소설 보다>는 ’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문지문학상 후보작)을 묶은 단행본 시리즈로, 1년에 네 권씩 출간됩니다.처음 읽은 시리즈입니다.세 편의 소설이 수록된 소설집은 작은 사이즈라 어디든 갖고 다니며 잠깐의 짬이 나는 동안에도 읽을 수 있습니다.하지만 내용은 쉽게 읽고 덮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성혜령 작가의 <운석>은 남편 인한이 자살하고 홀로 남은 백주는 시누이인 설경의 연락을 받게 됩니다.설경은 시어머니가 백주에게 줬던 운석을 빼앗다시피 가져갔는데 그 속에서 “꺼내줘”라는 죽은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고 합니다.이주혜 작가의 <여름 손님입니까>는 나의 엄마는 오빠가 죽고 난 후 오빠의 남겨진 딸을 기르다 아빠와 결혼합니다.엄마의 조카이자 딸인 영란 언니는 스무 살이 되자 일본으로 떠나고 30년이 지나 자신의 딸의 결혼식에 엄마를 초대합니다.이희주 작가의 <최애의 아이>는 직관적인 제목의 소설로 좋아하는 최애 아이돌의 아이를 갖기 위해 그의 정자를 구입해 임신한 여자의 이야기입니다.맹목적인 사랑과 아름다움을 쫓는 여자의 욕망이 공포스럽게 느껴집니다.이주희 작가는 <성장통>과 <성소년>으로 먼저 만난 작가라 아이돌의 향한 주인공의 집념이 낯설지는 않았습니다.하지만 마지막 그녀의 선택이 열 달 동안 아이를 품은 엄마의 선택이라고 믿어지지 않아 더 슬픕니다.가장 오래오래 생각하게 되는 작품은 <운석>으로 느닷없는 죽음 뒤 가족이 느끼는 죄책감과 죽음의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한 괴로움이 운석을 통해 들리는 듯해 마음이 아픕니다.나의 어떤 잘못으로 그런 선택을 했을지 수없이 자책하고 고민하는 가족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납니다.소설은 작가의 손을 떠나 독자에게 닿는 순간 어떻게 읽느냐는 독자의 몫입니다.하지만 가끔은 작가가 과연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소설의 뒤에 따라온 작가와 선정위원의 인터뷰는 작가가 소설을 통해 하고자 했던 이야기와 다음 행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줍니다.짧지만 오래오래 기억될 이야기들이었습니다.“우리 공주가 참아. 언니는 손님이잖아!” (p62 여름 손님입니까)좋아하는 남자의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는 건 당연한 마음 아닌가요? (p119 최애의 아이)
<본 도서는 래빗홀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2022년 <저주토끼>가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작가의 번역서가 아닌 소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신간이 나오면 바로 읽기도 하고 이미 출간된 책들은 찾아 읽었는데 어쩌다 보니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그녀를 만나다>는 구입 후 차일피일 미루다 읽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감사하게도 이번에 <너의 유토피아>로 제목을 바꿔 새롭게 출간된 책을 읽으며 책도 인연이 닿아야 읽게 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모두 8편의 단편이 수록된 소설집은 쓴 시기가 다른 소설을 담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겪는 여러 문제를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영생불사연구소”의 98주년 기념식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은 같은 제목의 소설은 직장인, 그것도 조직의 말단이 겪는 회사 안에서의 불합리한 모습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표제작 “너의 유토피아”는 막막한 세상에 남겨진 존재들이 서로 의지하는 모습은 지금을 사는 우리 인간들이 가져야 하는 마음이 아닌가 싶다.식인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구를 떠나 끝없는 우주를 떠도는 우주선이 주무대인 “여행의 끝”은 코로나 팬더믹 시대를 떠오르게 한다.“그녀를 만나다” 속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행해지는 폭력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일이라 크게 다가왔다.특히나 ”One More Kiss, Dear”를 읽으며 인공지능 엘리베이터가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연민을 느끼는 고령의 5305호 거주자가 현재의 엄마 모습과 겹쳐 보여 마음이 아팠다.비정규직의 근무환경에 대해 성토하고 성소수자나 장애인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고 약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분개하고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다고 하면서도 그것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행동하기는 쉽지 않다.인터뷰가 실린 <개정판 출간 기념 무크지>를 읽으며 작가의 소설이 SF의 성격의 이야기임에도 왜 현실감 있게 읽히는지 깨닫게 된다.누군가에게 전해 듣거나 상상한 이야기가 아닌 작가가 직접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쓴 소설은 현재가 배경이 아님에도 가장 현실적이다.오체투지를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의 글은 먼 우주와 아주 먼 미래가 배경이어도 벌떡벌떡 뛰는 현실의 이야기로 탄생한다.초판과 신판의 작가의 말을 읽으며 세상은 좋은 방향으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하지만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그래도 세상은 좋은 쪽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기쁘게도 책을 받고 휴고상, 네뷸러상과 함께 세계 3대 SF 문학상으로 꼽히는 필립 K. 딕상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나는 분명히 수상작이 발표될 때 좋은 책을 알아보는 선구안을 가진 독자라고 우쭐대며 뽐내게 될 것이다.
<도서는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타이탄 연구 프로젝트의 참가자 이백 명을 태운 우주선 심포지엄은 타이탄으로 향하던 중 반팽창 테러 조직의 공격으로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하고 프로젝트는 무산된다.인공지능 전문가 헤스터 말리는 테러 공격에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몸의 절반이 기계로 대체된 체천문학적인 치료비와 지구로 돌아갈 경비를 마련하지 못해 파르테노페 운영보안부에서 보안관으로 근무하고 있다.어느 날 심포지엄에 함께 탔던 수석 로봇 엔지니어 데이비드 프루센코에게 비밀스러운 메시지를 받게 된다.그런데 메시지에서 말하는 기억들은 조금씩 어긋나있고 목소리는 두려움에 떨고 있음을 알아차린다.헤스터는 회사에 들키지 않게 답을 보낼 계획을 세우던 중 데이비드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사건 해결을 위해 데이비드가 일하던 소행성 니무에로 가게 된다.파르테노페 광산의 용광로를 건설 중인 니무에는 외부에서 침입할 수도 없고 체류하는 대원들과 오버시어 AI가 전부인 외딴 소행성이다.사건을 조사하던 중 데이비드의 살해 추정 시간 현장을 비추던 감시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대원들을 알 수 없는 존재에게 공격당하고 또 다른 사망자가 발생한다.헤스터가 진실에 접근할수록 거듭되는 위기에 목숨을 위협받게 되고 숨겨져 있던 큰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우주 개척시대에 테러로 간신히 목숨을 건진 주인공은 치료비가 족쇄가 돼 자신이 지금까지 해오던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다.함께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동료들의 죽음과 본래의 자신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 때문에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소설을 읽는 내내 헤스터가 느끼는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 마음이 무겁다.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처음에는 데이비드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밝히는 수사과정을 보여주다 커다란 비밀에 다가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거기다 현재 우리 생활에도 깊숙하게 자리한 AI에 대한 이야기는 공포는 물론 마음을 아프게도 한다.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인공지능 AI가 누구에 의해 어떤 용도로 쓰이느냐에 따라 인간에게 이롭기도 하고 위협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하게 된다.미국에서 뛰어난 SF 소설에 수여되는 ‘필립 K. 딕 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다.특히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거미 로봇과의 대결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작가의 다른 작품 <구원의 날>과 마찬가지로 죽음과 공포가 가득한 우주가 배경인 소설은 그래도 희망의 빛 한줄기를 볼 수 있어 마지막 장을 덮는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