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면 위픽
전혜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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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하고 싶지 않았던 회사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던 은정은 자기 또래 여자 둘이 사는 옆 집 앞에서 나이든 여자가 행패를 부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입에 담지못할 폭언을 하고 문짝을 걷어차던 그녀를 은정은 경찰에 신고하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그 집에 살던 지수와 우연히 함께 집으로 올라가게 된 은정은 지수의 집 안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된다.

소설 속 은정은 어린 시절 가정폭력에 시달리다 엄마가 돌아가시자 아버지의 타겟이 되어 목숨을 위협받게 된다.
외삼촌의 도움으로 간신히 아버지에게서 도망치지만 그때마다 아버지는 은정을 찾아와 행패를 부린다.
그런 아버지가 3년 전 세상을 뜨자 은정은 조금씩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된다.

소설 속에는 결혼하지 않은 여자에게 호의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고도 그 잘못을 모르는 상사도 등장하고 자식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자식의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려다가 자신마저 파괴하는 엄마도 등장한다.

우리는 소설 속이 아닌 현실에서도 남보다 못한 가족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천륜이라는 매듭으로 꽁꽁 묶어 모두를 불행으로 몰아넣는 부모가 있다면 자식은 엉킨 사슬을 조심해서 풀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알렉산드로스대왕이 결단을 내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잘라버린 것이 최선이었듯 아무리 가족이라도 나의 행복을 방해한다면 그 천륜의 매듭을 끊어버리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을 힘들게 한 적은 없는가 반성하게 된다.
‘단 한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위픽 시리즈 중 슬프고도 가슴 아픈 이야기라 오랫동안 생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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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방차 마르틴 베크 시리즈 5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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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다.
스톡홀름 경찰이 자세한 이유도 알지못하고 감시하고 있던 차량 절도범의 거주지에 화재가 발생한다.
마침 감시하고 있던 경찰의 활약으로 거주자들은 대부분 구출되지만 절도범을 비롯 몇몇은 화재로 목숨을 잃는다.

경찰은 사망한 절도범의 부검에 들어가고 화재 전 이미 가스 중독으로 자살했고 화재는 매트리스에 설치된 폭탄이 폭발하면서 시작되었음이 밝힌다.
수사가 시작되면서 화재 신고 당시의 이상한 점이 발견되고 마르틴 베크를 비롯한 경찰들은 작은 단서를 실마리로 동분서주한다.

시리즈물인 만큼 전편의 형사들이 대부분 등장한다.
특히 #웃는경관 에서 사망한 오케 스텐스트룀의 후임인 벤뉘 스카케의 활약은 아직 요령은 없지만 신입 경찰 특유의 의지와 끈기를 보여줘 다음 이야기에서는 어떻게 성장할 지 궁금하게 한다.

과학 수사 기법이라고는 해도 그 시대의 경찰들의 수사 과정은 현재의 경찰들에 비해 원시적이라고 할만하다.
CCTV가 없는 탓에 목격자를 찾기 의해 가가호호 방문해 사건에 관해 질문하고 자칫하면 엉뚱한 수사 방향을 잡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작은 단서에서 범인의 윤곽을 잡게 되고 다른 지역의 경찰들과 공조하는 모습을 볼 때면 예나 지금이나 범인 검거는 시간과의 싸움임을 알게 한다.
제목인 #사라진소방차 는 중의적인 의미로 경찰관 뢴의 아들의 장난감인 사라진 소방차와 사건의 가장 큰 실마리인 화재 신고 후에도 현장에 도착하지 않은 소방차를 뜻한다.

안타깝게도 사건의 진실에는 다가가지만 국제적인 범죄조직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한계와 마르틴 베크의 가정사가 안타깝기는 하지만 다수의 상을 수상한 전편 ‘웃는 경관’을 능가하는 경찰 소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나저나 복지 국가로 칭송받는 스웨덴 역시 빈곤과 공존하는 범죄가 현재의 우리 사회 문제와 별반 다르지 않아 더 안타깝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 정주행 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팜사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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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되는 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3
최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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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함께 산 외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나’는 회사의 박수원과 싸우고 김선우가 헤어지고 친구에게 늦은 생일 축하 메시지를 남길 계획이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한고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할머니가 ‘나’에게 200만원과 편지를 남겼다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도 감사하기보다 짜증을 낸다.

소설은 현재의 ‘나’(태희)와 어린 태희의 이야기를 교차해서 보여준다.
학교에서의 부당한 대우는 물론 사랑하던 사람들에게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하고 외할머니집에서 살아야 했던 태희의 어린 시절을 똑같이 경험하지 않았지만 그의 감정을 이해하게 된다.

숨기고 싶었던 이야기,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어느 시절이 있었기에 우리는 어른이 되었다.
나름 폭풍같은 사랑을 하는 이모와 뱃속의 아이를 잃고 절망하는 엄마,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않은 아빠까지 돌아보면 후회로 점철된 시간들이다.
하지만 후회는 지나고 나서 하는 것, 그 시간 안에서는 누구나 그 것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짧은 소설은 긴 여운을 남기며 태희가 현재의 자신을 많이 사랑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그리고 그 바람은 달려와 나에게도 같은 말을 건넨다.


<도서는 현대문학의 ‘내가 사랑한 PIN’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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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지음, 황유원 옮김 / 읻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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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가장 읽기 어려워하는 장르의 문학은 ‘시’다.
학창 시절 작가에 대해 알고 시가 뜻하는 의미를 공부하고 단어 하나 하나를 설명듣던 수업 방식에 익숙해진 탓인지 지금도 시를 읽고 느끼기보다는 단어들을 해체한다.
특히 함축적인 의미를 둔 단어들과 난해한 문장들이 가득한 시는 읽기 전부터 두려워지기도 한다.

다른 나라의 언어로 쓰인 시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수고로움이야 #은유작가 님의 #우리는순수한것을생각했다 는 인터뷰 산문집을 읽으며 새삼 느꼈지만 언감생심 번역시는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그래도 시집 #패터슨 에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2017년에 개봉한 짐 무사시 감독의 동명의 영화의 영향이 크다할 수 있다.

우리가 많이 봐온 페이퍼백의 시집이 아닌 고급 양장본의 시집은 외형적으로 아름답다는 생각을 먼저 들게 한다.
지은이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는 평생 소아과 및 일반내과 개업의로 일하며 시,소설, 번역 등의 활동을 병행했다고 한다.
패터슨은 5권의 서사시로 1946년부터 1958년까지 13년에 걸쳐 출간된 시인의 대표작으로 이번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완역됐다.

나는 시를 쓰고 싶었다.
당신이 이해할 수 있는 시를.
만일 당신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시가 내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하지만 당신은 몹시 애써야 한다—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1월의 아침 January Morning >에서

그런 의미에서 <패터슨>은 작가가 세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 시집이다.
호기롭게 시작한 시 읽기는 자연 환경을 묘사로 패터슨시의 모습을 그릴 수 있게 한다.
“패터슨은 퍼세이익 폭포 아래 계곡에 누워 있다
폭포가 흘러보낸 물로 등의 윤곽을 이룬 채. 그는
오른쪽으로 누워 있다. 자신의 꿈들을 채우는
천둥 같은 물소리를 곁에 머리에 두고서!”

1권은 퍼세이익 폭포와 패터슨 시의 역사와 사건을 이야기한다면 2권은 패터슨 시에 사는 사람들의 일요일 공원의 일상을 보여준다.
특히 2권의 어떤 구절은 클라우스 앞으로 데려가 그의 연설을 듣는 기분이 들게한다.
3권은 1902년 2월 8일 화재로 파괴된 댄포스 공립 도서관과 패터슨시를 강타했던 자연재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4권은 핵무기의 위험성과 현대 문명의 암울함을 패터슨 시의 도시 상황과 역사에 비추어 쓰고 있다.
7년의 시간이 흘러 쓴 5권은 4권의 암울함을 상쇄하려는 듯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춤은 안다, 박자에 맞춰
대위법적으로,
사티로스처럼 추는 춤, 그 비극적 발놀림


시는 자연 묘사에서 그치지 않고 패터슨의 퍼세이익 폭포에서 일어난 사건을 인용하기도 하고 폭포에서 다이빙했던 남자의 이야기를 실기도 한다.
시는 신문 기사를 인용하는 것은 물론 주고 받은 편지는 물론 자신의 인터뷰를 인용해 쓰여지기도 한다.
우리가 평상시에 읽던 시의 형식에서 한참 멀어진 듯한 산문형식의 글에 처음엔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시인이 도시에 대한 서사시를 쓰는 방식으로는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싶지도 하다.

패터슨 시는 시인이 사는 미국 뉴저지주에 있는 도시다.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그가 얼마나 패터슨시에 대해 세세히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지 어떤 르포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또한 시가 얼마나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문학인지 새삼 느끼게 해주는 것 물론 아마도 평생 가볼 수 없는 도시 패터슨의 곳곳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우리의 언어와는 너무도 다른 구조의 언어로 된 시를 번역한 번역가님의 수고에 감사드리며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영화 패터슨도 꼭 보고 싶다.

<본 도서는 읻다출판사 서포터즈 넘나리2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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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 쌓기의 달인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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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별의 별 것을 다 쌓아올립니다.
여러 가지 모양의 블럭은 물론 책장에 책을 꺼내 쌓기도 하고 소꼽놀이 장난감의 접시나 컵을 쌓아 올리기도 합니다.

노인경 작가의 새로운 그림책 <특종! 쌓기의 달인>에는 쌓기에 남다른 재주를 가진 달이와 밤이가 등장합니다.
얼마나 크게 소문이 났는지 새 방송국의 비둘기 기자가 두 어린이를 취재하러 왔습니다.
매일매일 물건을 쌓는 두 어린이에게 비둘기 기자가 묻습니다.

🧱이유가 뭔가요?
좋아하니까요.

비둘기 기자는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쌓기 놀이를 한다는 게 믿을 수 없어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아슬아슬해서인지 어려워서인지 관심받고 싶어서인지 재차 묻습니다.
비둘기 기자는 밤이와 달이가 쌓기를 하는 진짜 이유를 알아챌 수 있을 지 궁금합니다.

어른들은 아이가 처음 쌓기를 할 때 블럭 하나만 쌓아올려도 칭찬을 합니다.
아이는 쌓고 있는 장난감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울고 짜증을 부리기도 하지만 다시 반복해서 쌓기 놀이를 합니다.
그러다 때로는 일부러 쌓아올린 장난감을 무너뜨리기도 하며 다음엔 점점 더 높이 쌓아올립니다.

그림책을 여러 번 보다보니 아이들의 놀이로만 보이던 쌓기가 어른들에게 작은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인생은 살다보면 어떤 목적을 갖고 쌓든 그냥 좋아서 쌓든 차곡차곡 쌓기 시작한 일들이 한 순간 무너져버리기도 합니다.
만약 무너진 그대로 둔다면 다시 쌓을 수 없지만 실패를 거울 삼아 다시 쌓는다면 분명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냥 좋아서 쌓는 쌓기에 의미를 붙이는 제가 좋아서라는 말을 곧이듣지 않고 다른 의미를 찾아 질문하는 비둘기 기자를 닮은 듯 합니다.
비둘기 기자의 집요한 질문과 온갖 물건을 아슬아슬하게 쌓는 밤이와 달이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운 그림책입니다.


<문학동네 그림책 서포터즈 뭉끄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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