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너머 인생그림책 32
오소리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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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함께 읽는 인생 그림책 서른두번 째입니다.
온통 초록으로 가득찬 표지 그림 속에 작은 곰이 보입니다.
1장과 2장으로 이루어진 그림책은 늘 보아오던 귀여운 곰이 등장하는 그림책들과는 사뭇 느낌이 다릅니다.

🐻곰 세마리가 한 숲에 살았습니다.
그중 고깔 곰과 투구 곰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정말이지 대화가 안 통해!”
늘 다투던 두 곰은 하나의 숲을
반으로 나누어 따로 살게 되었습니다.

따로 살게 된 뒤에도 두 곰은 서로를 감시하느라 불안감만 쌓여갑니다.
두 곰은 만나 대화도 나누어 보았지만 어느 한쪽도 물러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두 곰은 자신의 편을 들어줄 다른 곰을 찾아갔습니다.

자신만의 생각에 빠진 투구 곰과 언제나 행동이 앞서는 고깔곰은 사사건건 상대를 깍아내립니다.
자기말만 앞세우던 두 곰은 서로 상대탓만 합니다.
그러고도 다른 곰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숲은 불길에 휩싸여 사라져 갔습니다.

처음 알게 된 오소리 작가의 그림책은 강력한 색상의 그림으로 이야기를 더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그림책은 두 곰이 선택을 강요할 때 꼬마 곰이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선택한 길로 나아가며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여러 날에 걸쳐 여러 번 반복해서 그림책을 봤습니다.
그리고 우리와 너무나도 많이 닮은 두 곰을 찬찬히 살피게 됩니다.
우리는 자신의 판단만으로 상대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곤 합니다.
만약 상대가 나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아는 순간 다른 사람의 다른 생각을 인정하기 보다 화를 먼저 냅니다.

두 곰의 모습을 보며 타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소리 높이지 않았나 반성하게 됩니다.
다행이라면 꼬마곰이 누구의 말에도 휘둘리지않고 새로운 길을 떠나는 모습이 희망차 보여 참 좋습니다.
머지않은 날 고깔과 투구의 장점을 살린 모자를 쓰고 훌쩍 자란 꼬마 곰이 다시 숲을 찾아와 두 곰과 나무 심든 방법을 이야기할 날이 오리라 믿어봅니다.


<길벗어린이 서포터즈 벗뜨리1기 활동 중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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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양들의 축연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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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뢰성으로 처음 알게 된 작가로 ”덧없는 양들의 축연“은 모두 다섯 편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모든 소설에 “바벨의 모임”이라는 독서 모임이 등장해 연작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각 단편의 이야기는 강한 연관성은 없는 이야기들이다.

무라사토 유히의 수기로 시작하는 ‘집안의 변고가 생겨서’는 오랫동안 성심을 다해 모신 아가씨를 위해 무엇이든 하고자 했던 몸종의 비극적인 최후를 그리고 있다.
‘북관의 죄인’은 부유한 집안의 장남이지만 별채에 위폐된 이복 오빠의 하녀이자 간수가 된 동생의 이야기로 오빠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그림에 남기는 이야기다.

‘산장비문’은 외딴 산속에 별장지기인 여자가 겨울 등반 중 조난당한 남자를 구하게 되지만 어찌된 일인지 남자를 찾으러 온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다마노 이스즈의 명예’는 충성스러운 여종이 우정을 나눈 아가씨를 위해 오싹한 일을 실행에 옮긴다.
마지막 이야기 표제작 ‘덧없는 양들의 축연’은 ‘바벨의 모임’의 회원의 일기로 시작하는 이야기로 모임이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이 실려있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여성으로 정확한 시대를 알 수는 없지만 몸종이나 하인, 아가씨가 등장하고
등장인물이 읽은 책 중에 요코미조 세이시의 밤산책(1948년)이 있으니 내략 짐작할 수는 있다.
시대 배경탓인지 기담집에서 느끼는 괴이하고 기괴함이 있다.

하인은 주인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하지만 주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하인을 이용하고 목숨까지 앗아가는 모습은 참혹하기만 하다.
하인과 주인이라는 명칭만 사라졌을 뿐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현실이라 옛이야기로만 읽을 수 없어 오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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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명의 술래잡기 스토리콜렉터 111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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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앞으로 10분만 더 있으면 자정이 되는 시각에 생명의 전화 상담원인 누마타 야에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다~레마가 죽~였다…….
수화기에서는 어린 아이가 부르는 듯한 음침한 노래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전화를 건 남자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자살을 결심했다고 말하며 마지막으로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던 곳에 와서 매일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가 되면 자살을 미루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오늘은 함께 놀던 다섯 명의 친구에게 차례로 통화가 됐지만 더 이상 전화할 친구가 없어 생명의 전화에 전화를 했다고 말한다.

야에는 대화를 통해 남자가 있는 장소가 표주박산임을 알게 되고 일요일 밤 그를 구하기 위해 정신보건 복지센터의 직원들이 출동하게 된다.
하지만 전화를 건 남자는 찾을 수 없고 절벽 아래서 누군가의 혈흔이 발견된다.

실종된 남자의 이름이 밝혀지고 남자가 전화를 걸었던 친구들이 하나둘 누군가에게 등이 떠밀려 살해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친구 중 한 명인 호러 미스터리 작가인 하야미 고이치가 사건 해결을 위해 표주박산으로 향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일본의 “다루마가 굴렀다”라는 놀이가 이야기의 주요 모티브로 등장한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 놀이와 사고인지 살인인지 알 수 없는 사건들이 절묘하게 연결되어 읽는내내 오싹하다.

호러 미스터리 작가가 전면에 등장하는 소설이라 어쩜 미쓰다 신조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가 아닌가 착각하게 한다.
오랜 시간 기억을 봉인할 만큼 큰 공포를 겪은 아이들의 마음과 아무리 긴 시간이 지나도 절대 잊을 수 없는 자식에 대한 그리움이 이해가 되기에 더 슬프고도 오싹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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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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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인 히로키는 초등학생 아들이 학교가기를 거부하자 그 상황을 이해하기보다 점점 사회에서 멀어지다 끝내는 인생의 낙오자가 될까 걱정한다.
비밀을 간직한 듯한 나쓰키는 침구 전문점에 근무하며 주변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생활한다.
남자에 대한 트라우마로 힘든 대학생활을 하던 야에코는 대학축제 위원 활동을 계기로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하며 연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전혀 관계가 없을 것 같은 세 사람은 주말 한적한 주택가 공원에서 아동을 상대로 물놀이를 하며 신체 접촉을 시도한 사건의 용의자들과 연관이 돼 있다.
소아성애자로 체포된 남자들은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 국공립대학 재학생, 대형 식품 회사에 근무 회사원으로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단순히 공원에서 아이들과의 물놀이로만 보였던 행동은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의 성매매 사실이 밝혀지면서 함께 있던 두 명도 사건의 공범으로 체포되어 수사를 받게 된다.

“정욕(正欲)_바른 욕망을 누가 정의할 수 있을까?”
소설이 끝을 향해 갈수록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스스로 관대하고 나름 깨어있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진짜 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람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왜 그들은 진실을 끝까지 말하지 않았을까?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이상한 사람이 되기보다 범죄자가 되는 길을 택한 그들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어렴풋이 짐작이 되기도 한다.
만약 진실이 밝혀졌을때 범죄자를 향한 비난보다 더한 조롱과 비난의 시선으로 흥미거리가 되는 고통을 맛봐야 했을 것이다.
특수한 욕구를 가졌지만 사회에 어떤 피해도 주지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그들대로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포용하기보다는 배척하고 웃음거리로 만들어 소비한다.

“어떤 욕구를 지닌 인간이라도 법률이 정한 선을 넘으면 벌을 받아야”(p359)하지만 그렇지않다면 어떤 인간이라도 벌을 줄 수 없는 것이다.
소설은 타인에게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는 사람들을 다수에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수파인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 지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나에게는 피하고 싶은 문제작이 아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걸작이었다.


<본 도서는 리드비 출판사의 서평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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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에서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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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처럼 전해져 오는 남자의 이야기는 거구의 늙은 남자의 입을 통해 시작된다.
‘호칸’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이국의 땅에서 한 번도 제대로 이름 불리지 못한 남자는 스웨덴의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다.
네 명의 형제 중 네 살 위의 형 리누스와 호칸만이 살아남자 부모가 빼돌린 망아지를 팔아 마련한 여비를 가지고 둘은 희망의 땅 미국 뉴욕으로 향한다.

호칸은 배를 갈아타는 과정에서 형 리누스를 잃어버리고 아메리카로 향한다는 배를 타게 되지만 도착한 곳은 엉뚱한 샌프란시스코였다.
영어도 할 줄 모르고 가진 돈도 없는 어린 호칸은 형을 찾아 동쪽에 있다는 뉴욕으로 갈 결심을 한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절망하기도 하고 새로운 지식에 눈을 뜨기고 하고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기도 한다.

호칸은 금광을 찾아 헤메다 인간성까지 상실해가는 가장을 둔 아일랜드인 가족과 함께 하기도 하고 이상한 여성에게 납치돼 감금 생활을 하다 탈출하기도 한다.
다행히 박물학자인 로리머와 인디언들을 만나 새로운 지식과 의술을 배우게 되지만 그들과 헤어져 다른 이민자 무리와 함께 하게 된 호칸은 뜻하지않은 사건에 휘말려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현상수배범이 된다.

호칸은 어린 나이에 가난을 피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배에 오르지만 엉뚱한 곳에 도착해 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에 도착해 언어도 통하지 않는 어린 호칸은 때로는 이용 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진짜 어른을 만나 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잃기도 하고 에이서와 끈끈한 우정을 나누기도 하지만 모든 것을 잃기도 한다.

형을 찾기 위해 동쪽으로 향하던 호칸은 황량한 세상에서 홀로 살아가며 자신의 내면에 침전하며 성장한다.
스스로 전설이 되기를 원하지 않은 남자는 사람들을 피하는 사이 더 큰 전설이 되지만 끝끝내 사람들과 섞이지 못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려온다.
어쩔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르고 괴로워하며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여정을 혼자 헤쳐나가는 서부 시대의 전설이 된 남자의 이야기는 끝나지않은 그의 이야기처럼 긴 여운을 남긴다.

처음 읽은 작가의 소설은 서부 시대 호칸이 걸었던 길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어 읽는 동안 호칸과 함께 막막한 현실과 광활한 자연 앞에 선 기분을 들게 한다.
헬렌을 잃은 슬픔과 에이서와의 우정을 나누며 행복하기까지 한 시간들은 손에 잡힐 듯 그려진다.
작가의 이야기를 이 한 권으로 끝내기는 아쉬워 조만간 그의 다른 이야기 #트러스트 를 꼭 읽어봐야겠다.


<본 도서는 문학동네 협찬으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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