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글로 배우는 남자들 이야기.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로맨스 소설 <브로맨스 북클럽>.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 개빈이 아내 세아의 이혼 요구에 얼이 나가있자, 그의 친구들이 개빈을 북클럽에 초대한다. 로맨스 소설을 통해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일단 로맨스 소설을 소재로 하는 로맨스 소설인만큼 빠르게 읽힌다. 재미도 있다. 내내 자신의 일에 골몰하느라 아내가 얼마나 지쳐있는지는 물론 결혼 생활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지도 몰랐던 개빈. 그는 소설 ‘그의 벌거벗은 백작부인‘(...)과 북클럽의 도움으로 그간의 과오를 하나씩 깨닫는다. 애초에 문제를 만들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개빈과 친구들은 감정을 드러내며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남자들은 모두 얼간이‘(51p)라며 철저한 자기반성에서 북클럽을 시작한다.



결국 이 책 또한 사랑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로맨스 소설이지만 관계의 본질에 대해서도 지나가듯 이야기한다. 결국 자기 자신의 문제를 다루어내지 못한다면, 상대방에게 진실하지 못한다면 건강한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세라, 다 파괴해버려!‘를 백만번쯤 외치기는 했지만 어쨌든 결혼이라는 건, 관계라는 건, 사랑이라는 건 복잡한 것일테니.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웃기고 섹시한‘ 이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쏙 들지도! (덧. 19금)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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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구병모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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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타투)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여러 개의 문신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새겨나갈 예정인 사람으로서 도저히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던 소설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스물 여덟의 화인은 목 뒤를 살짝 타고 올라오는 살라멘더 문신을 가지고 있다. 이를 발견한 쉰 네살의 상무는 화인에게 공개적으로 면박을 준다. 그런 그녀를 구해주는 것은 선배인 시미다. 이를 계기로 화인에게서 문신술사의 명함을 받은 시미는 문신 스튜디오를 찾아가기에 이른다. 소설 속에는 화인을 비롯해 자신들의 구원투수로 문신을 지니고 있는 여성들이 제법 등장한다. ‘피부와 동시에 심장에 새겨지는‘ 자신만이 아는 상징, 문신. 그리고 문신은 그들의 간절함에 응답한다. 구병모식 환상이 펼쳐지는 지점이다.



개인적으로 문신을 왜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어쩌려고 그러느냐,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많이 듣는다. 내 대답은 처음 문신을 새겼을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나에게 문신은 갑옷과 같으며 단 한 순간도 후회한 적이 없다. 내 몸이 하나인게 아쉬울 뿐. 그런 나이기에 <심장에 수놓은 이야기> 또한 문신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이야기라는 점만으로도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자신과 다른 세대의,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화인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고 공감과 연대로 함께하는 시미의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모습은 상무를 비롯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온갖 가부장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세대, 공감, 연대,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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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입니다 - 안희정 성폭력 고발 554일간의 기록
김지은 지음 / 봄알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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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성폭력 고발 554일간의 기록.



책을 읽다가 피가 머리 끝까지 솟구쳤다.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어서 잠시 덮고 숨을 골라야 했다. 빌려 읽고 있었는데 이럴게 아니다 싶어 당장 구매했다. 김지은 님이 보여주신 큰 용기에 연대와 응원의 마음을 담아서.



노동자 김지은이 조직에서 겪어야했던 상명하복, ‘조배죽’(조직을 배신하면 죽음) 문화. 24시간 대기하며 지사의 사적인 일까지 모두 챙겨야하는 수행비서의 일. 조직의 최고 권력자가 가한 위계에 의한 성폭력. 미투. 재판 과정에서의 2차 가해와 음해. 그리고 생존자 김지은. 당사자의 목소리로 고통스럽고 치열했던 554일간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담담하고 솔직하게, 강직하게.



남의 일인가? 아니다. 3심 최종 유죄 판결, 끝인가? 아닐 것이다. 무엇이 큰 일이고 무엇이 작은 일인가? 지금 이 이야기가 큰 일이다.



끝까지 연대와 지지로 함께해주세요.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가해자는 응당한 처벌을 받고, 피해자가 일상을 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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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함께 살며 생각한 것들 - 비혼, 동거, 가족 그리고 집에 대한 이야기
박미은.김진하 지음 / 저녁달고양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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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함께 살며 생각한 것들>은 저자인 박미은, 김진하 두 사람이 단골주택에서 꾸려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은 내가 벌어 내 집 마련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운 세상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실 주거 문제는 생존과 직결되어 있지 않나. 어떤 공간에서 사느냐는 삶의 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니 말이다. 비슷한 고민을 하던 두 저자는 0.5평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원룸생활을 뒤로하고 단독주택을 털컥 계약해버린다. 그들만의 공간과 일상을 가꾸며 되찾기로 한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번갈아 구성된 이 책에서는 집을 구할 때 겪었던 문제들과 단독주택 관리의 어려움을 비롯한 일상의 이야기가 소소하게 펼쳐진다. 반려토끼 리리와 반려고양이 미미 이야기부터 바퀴벌레와 개미, 곰팡이와의 전쟁까지! 계속 읽다보니 두 사람만의 공간을 가꾸어나가는 모습이 부러워졌다. 과연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은 정말 ‘내 공간‘일까?하는 의문도 함께 들었다.



‘내 공간‘과 더불어 이 책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바로 ‘비혼 가족‘이라는 테마다. 저자들은 ‘도저히 둘이서 살 수 없었던 공간에서 우리여서 우리는 함께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사실 결혼을 해야만 함께 살 수 있다는 말은 이상하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지금 시대에는 함께 거주하며 일상을 공유하는 관계(가족)에 대해서도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어쨌든,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이 함께 일상을 공유하며 더욱 완전해졌다는 고백에는 어쩐지 몽글거리는 마음이 피어오른다.



모두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그리하여 조금 더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기를!



덧. <우리가 사는 집은 마당에 꽃과 고양이가 있어야 해요>(제목 크흐)라는 독립 출판물이 보완되어 정식 출간된 것이 이 책이라고!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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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자유 - 김인환 산문집
김인환 지음 / 난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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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문학, 인물, 예술 등 광범위한 지식을 탐구하는데 쏟아온 김인환 평론가의 산문집 <타인의 자유>. 총 11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은 각 챕터마다 독서, 동학, 중세철학, 불교, 팝 음악 등 하나의 주제를 깊게 파고든다. 솔직히 말하자면 읽기 쉽지 않았다. 문장이 어렵지는 않으나 문장 간 사유의 폭이 촘촘하여 책을 읽는 내내 쏟아지는 폭포를 그대로 맞는 것 같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글은 단연 ‘독서의 가치‘다. 얼마 전 버지니아 울프의 산문을 읽고 고전을 더 열심히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던 터라(<지난날의 스케치>) 이 글이 더 마음에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한 권 한 권을 천천히 공들여 읽는 독서이며 옆으로 확장되는 맥락의 독서다. 요즘 나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독서와 공부를 위한 독서를 구분하려는 참인데, 저자의 글은 특히 후자의 독서법을 구체화하는데 있어 새겨들을만했다. ‘창조적 직관을 함양하는데 필요한 독서‘를 위하여.



그런가 하면 릴케의 <두이노의 비가>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을 다룬 ‘릴케의 천사‘ 챕터도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는 이 글을 통해 토마스 아퀴나스의 천사학부터 기독교-이슬람교의 전통을 거쳐 중세와 근대의 상호 조명까지 논하고 있다. 이제껏 나는 릴케를 제대로 읽고 있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당장이라도 중근대 역사와 철학을 파헤쳐야만 할 것 같은 투지가 불타올랐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앎을 향한 투지.



책장을 덮고 나서야 띠지에 적힌 ‘공부의 모자람을 알게 하여 자유롭게 공부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문구의 의미를 알 것 같다.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 책과 저 책을 넘나들고, 잔뜩 메모를 적고, 새벽 서너시쯤 어떤 깨달음으로 정신이 맑아지는 순간을 다시 겪고 싶어진다. 이대로 무지해서는 안 되겠다는 결심이 바짝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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